미움 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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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받을 용기
  • 최선경 <홍성군의원·칼럼위원>
  • 승인 2015.06.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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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원으로 당선된 지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주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원선서 후 일 년이란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낯선 회의규칙과 용어의 개념을 새로 익혔고, 비록 능숙하지는 않지만 예산심의와 행정사무감사, 군정질의 등 굵직한 의정활동을 모두 겪었다. 일 년 단위로 진행되는 회기 일정을 한 바퀴 돈 셈이니 이제 초보 딱지를 떼도 좋을 만큼의 역량이 붙은 것 같다. 사실 기술적인 면이야 공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 되지만 의정활동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인간관계를 꼽을 수 있겠다. 누구에게나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억지로 웃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거절하기 어려워 덜컥 약속을 해 놓고 뒷수습을 하느라 곤란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원이 되고 나서는 남의 시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고 별것 아닌 말에도 전전긍긍하며 괴로워하는 일이 잦아졌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 신경을 쓰면서 살다 보니 인생이 고단하고 피곤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말 어느 행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모 보훈단체 회장님께 인사를 드리면서 악수를 청했더니 그 회장님은 양손을 겨드랑이 밑으로 집어넣으면서 악수를 거부하셨다. 본예산 심의에서 충령사 충혼탑 설치 예산 6억원을 삭감한 것에 대한 섭섭함을 그렇게 표현하신 것이다. 심지어 충령사에서 진행되는 보훈단체 행사에 아예 오지도 말라는 식의 말씀도 덧붙이셨다. 이런 저런 오해가 있겠지만 밖에서 볼 때 유일한 야당의원이라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셈이다. 내심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선출직 의원으로서 표를 의식한다면 어떤 예산도 제대로 깎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삭감된 예산과 관련된 단체나 협회에서 고운 시선을 주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겠는가? 어쨌든 아직까지도 충혼탑과 관련해서 보훈단체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 결정에 후회는 없다. 예산의 배분 및 정책의 선택에 있어 정치적 상황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표를 만들어 줄 그룹으로만 지역이나 주민을 바라봐서는 안 되며, 아무리 미움을 받더라도 예산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사랑과 칭찬만 받을 수 없는 법이며 미움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겠다. 다시 말해 미움 받을 용기를 내야 할 때가 많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의 욕심이나 바람에 휘둘리게 될 수 있다. 특히 주민의 대변자로서 냉철하게 군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하는 의원으로서 늘 착하고 좋은 의원으로만 남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의정활동을 하면 할수록 미움을 받아야 할 일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최근 의미 있게 읽은 ‘미움 받을 용기’란 책을 통해 나름 그 해답을 찾았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자신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때로 사람들로부터 미움 받을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살아가면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타인의 평가에 연연해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르게 정진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내용에 깊은 공감이 갔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살고 싶지 미움 받으며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삶이라면 인정받지 못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저자의 말대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미움 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3년의 시간이 남았다.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착한 의원’이란 꼬리표를 달고 싶지는 않다. 표를 의식하지 않고 바른 소리, ‘아니오’라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의원으로 남고 싶을 뿐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미움을 받기 위해 한 발 내딛는 용기’ 바로 그것이다. 미움보다 더 아픈 것이 냉소와 무관심임을 기억한다면 미움을 받는 것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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