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듣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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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듣고 싶은 말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5.10.06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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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원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한, 그러나 정말로 듣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자상하다.”라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듣기 쉬운 말일 수도 있지만 필자에게는 굉장히 듣기 힘들고 어려운 말이다. “왜 나는 그런 말을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할까? 무슨 이유가 있을까?”, “아니 어떻게 해야 들을 수 있을까?” 답답하기도 하고 내게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남은 알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답을 찾던 중에 한 꼬마와 그 아이의 어머니가 대화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 어머니는 어린 자녀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산을 펴자, 우산은 밖에서 피는 거야 하며 우산을 접었다. 필자도 그 어머니의 말에 동의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떠 오른 것이 생겼다. 비올 때 우산을 펴는 것이 당연하다면, 비가 오지 않을 때 우산을 펴면 나는 그것을 보고 뭐라고 말할까? 당연히 접으라고 할 것이다. 아니 접으라고 한다. 궁금했다. 정말로 우산을 비가 올 때만 펴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의지로 펴고 싶을 때 펴는 것인지? 그 때 발견한 답은 ‘편견’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 안에 나도 모르게 체화된 편견이다. 실제로는 편견이 없다고 말하지만 무의식 속에는 편견이 숨어 있었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해야 돼’ 라는 강한 편견이다. 성, 종교, 인종, 재산과 배움의 정도, 장애 유무, 외모, 공부, 학생 등등 많은 부분에서 편견이 있었다. 나의 체화된 편견(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면 상대방을 존중하기보다는 나에게 맞추려고 노력했고, 맞춰지지 않으면 온갖 이유를 제시하면서 그 사람을 비난했다. 그리고 등을 돌렸다. 사람을 존중하다는 것은 그 사람을 존엄한 존재로 보는 것이다. 존엄하다는 것은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지, 나와 세상을 보는 관점 등이 다르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나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살았는지, 아니면 존중이라는 포장 속에 존중하며 살지 않는 것을 숨기면서 살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웠지만 분명한 것은 편견이 내 마음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편견의 특징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사람이 겉으로 자기 자신을 다 드러내는 것이 가능할까? 나와 다른 환경과 가정문화, 성격적 특징, 자라면서 학습되는 많은 사건들의 후유증을 타인들은 어떻게 알고 있을까? 어떻게 그 사람의 겉으로 보이는 행동과 말로 그 사람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 필자는 청소년이 흡연하는 것에 반대한다. 건강을 비롯한 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길거리에서 청소년이 담배 피는 것을 보면 불편하다. 그런데 담배를 피우는 겉으로의 모습 말고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집에 산 적도 없고 대화를 해본 적도 없으니 당연히 모른다. 그러나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그 청소년이 힘들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힘든 것과 그 청소년이 생각하는 힘든 것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여하튼 그 청소년은 현재의 삶이 견디기에 힘들다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주어진 삶이 힘든 그 청소년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비난 밖에 없다는 것이 슬프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청소년도 비난받고 중독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받는다. 드러나는 행동으로 충분히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외롭고 고독한 청소년의 자화상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자신의 일상을 말할 대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상하다’는 말을 들을 방법을 알게 되면 실천하리라고 굳게 마음먹었지만, 자신감이 사라진다. 청소년 자녀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전에 나를 잠깐 점검하는 시간을 갖자. 내 눈에 보이는 자녀의 모습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 그 진실을 함께 나눌 시간을 만들어 보자, 아무리 바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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