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히는 지적은 따로 있다
상태바
먹히는 지적은 따로 있다
  • 최선경
  • 승인 2015.12.11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뭔가를 지적하거나 지적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이지만 어쩐지 ‘지적’이란 단어는 그리 기분 좋은 단어는 아니다. 그럼에도 집행부를 향해 이런저런 이유로 지적을 해야만 하는 의원의 위치에 서게 되어 때론 참 곤혹스럽고 불편하다. 불편하더라도 바람직한 지적은 긍정적인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 낸다고 믿기에 반드시 필요한 측면이 있다 하겠다.

홍성군의회는 요즘 일 년에 딱 두 번 있는 정례회 기간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2차 정례회는 집행부로부터 한 해 동안의 군정성과를 보고받은 후 질의를 통해 사업추진 과정상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앞으로의 추진계획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집행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매우 중요한 의정활동이다. 올해 홍성군 주요성과로는 지역발전사업 생활계정 평가에서 S등급을 받는 등 23개 부문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았고 이 점은 높이 살만 하다. 그러나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의회 본연의 업무라는 점을 염두에 둔 채 미진한 사업들 몇 가지를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예산 낭비 사례이다. 2억 원이 넘게 책정된 군정홍보비 세부내역을 살펴보니 한국전립선관리협회에서 발간하는 ‘전립선’이라는 비매품 책자에 200만원을 집행했다. 지난해에는 새누리당 정간지 ‘새누리비전’에 220만원을 집행하더니, 올해도 효과가 없는 홍보비 집행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2012년 1억2000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홍주성천년여행길 이정표를 설치했으나 불과 3년 만에 부실한 이정표를 교체하느라 1억여 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시공했더라면 예산을 이중으로 집행하지 않아도 됐던 부분이다. 이처럼 관리 감독의 소홀함으로 무신경하게 낭비되는 예산이 군정 곳곳에서 발견됐다.
둘째, 신규 사업에 대한 기획의 부재 및 인력배치의 효율성 저하 문제이다.
내년도 역점사업 중 하나로, 신축하는 새마을회관 앞 도로 800m에 5800만원의 순수 군비를 들여 대형태극기 게양대와 새마을깃발 60개를 설치해 명품새마을거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새마을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면 이런 시설물 설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주민,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역량강화사업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21세기 최첨단 시대를 살고 현재 이런 사업 구상은 구시대적 발상에서 나온 기획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여성회관에서 진행되는 여성교육 관련 예산이 3000만원이지만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시간제 계약직 인건비가 4300만원이라면 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으로 인력 배치의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셋째, 부진한 사업에 대한 집행부의 책임과 해명이 부족했다. 가령 지난해 역점사업으로 보고했던 홍주시 승격 기반조성사업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조차 없다. 당초 올해 5월 중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출범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고했지만 어떤 실적도 없다. 또 김석환 군수 공약사업인 대왕버섯단지 관광농원 및 전원단지 개발사업과 바다송어 양식 특화지구 육성사업은 사업 주체 측의 부실 등으로 향후 추진이 어려워 포기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해명 없이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태도가 엿보였다.

군정 전반에 걸쳐 나름 현장방문 및 자료수집 등 의욕적으로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행여 수박 ‘겉핥기식’ 문답으로 ‘맹탕’ 지적을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민감한 질의나 이슈로 집행부와 각을 세우자는 것은 아니지만, 해마다 반복적인 지적이 이어지고 ‘검토하겠다’는 집행부의 답변이 되풀이 된다면 참으로 무의미하지 않겠는가? ‘시정하겠다’, ‘책임지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는, 먹히는 지적을 위해선 좀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지적을 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잘 되게 하고 싶은 것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내가 옳다는 것만, 내 생각의 우위성만 입증하려고 하면 안 되고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하면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들어 지적을 하는 것이 먹히는 지적이 될 수 있겠다.

최선경
<홍성군의원·칼럼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