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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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철<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6.01.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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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 : ① 남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다. ② (사람이 어떤 일을)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새해가 밝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 한해도 정말이지 힘들게 버텨온 한해로 남게 됐다. 매사가 그러하듯, 인간의 삶은 서로의 주장만이 난무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배층과 피지배층, 빈익빈 부익부가 하나의 흐름이 되어 소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백성들은 절망스런 한해를 보냈고, 자그마한 소망도 갖지 못한 채 또 다시 새해를 맞게 됐다. 요즘은 흑백논리가 유일한 원리인 것처럼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이다. 즉, 모든 색깔을 섞어 놓으면 검은색이 되고, 모든 빛을 함께 모으면 흰색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흑과 백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단순한 ‘흑’과 ‘백’이 아니라 모든 것의 합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한다면, 흑과 백으로 보이는 단편적인 결과에는 결국은 모든 것이 포함되어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흑과 백의 이분법적 논리는 결국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흑과 백 사이에는 무척이나 많은 경우가 포함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나는 ‘백’이고 너는 ‘흑’이다”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분규는 결코 화합을 이끌어 낼 수가 없다.

그 ‘흑’과 ‘백’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상황과,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모여서 우리 눈에 보여지는 흑과 백이 될 때까지 다른 색이나 빛에 대한 서로에게 미치게 되는 영향과 정도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정확한 흑색과 백색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과정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에도 많은 생각을 갖게 된다. 지면이 제한되는 관계로 내 생각을 줄이고 잘라내고 축약하며 쓰다보면 과연 ‘내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다. 자칫하여 잘못 잘라 내거나 축약된 표현으로 끝내다보면 ‘혹시라도 어느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오해하지나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개운치 못한 경우도 많이 있다. 누군가는 오해해 마음이 편치 못할 수도 있을 테고, 누군가는 ‘이게 무슨 말인가’하며 걱정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누군가는 어떤 생각이었나 물어오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목소리 높여가며 반대의 생각을 피력하기도 한다.

흔하게 회자되는 말 중에, ‘목소리 큰놈’이 이기는 세상이 과연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지 마음이 쓸쓸해진다. 우리 모두는 과연 얼마나 상대방을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며 살고 있는가. 내가 먼저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깝게 지내는 친구사이, 부모와 자식사이, 더 나아가서 백성과 위정자들의 사이에서 과연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며 서로에 대한 생각과 배려로 서로를 보듬어가며 어떤 일들을 진척시켜 나갈 수는 없는 것일까. 연초부터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연일 뉴스로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에서 시작하여 사회면까지 마음이 새롭게 되는 게 아니라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장식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도 못한 채 후보등록을 받고 있고, 어디에선가는 끔찍한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 틈에 새로운 인물들은 또 다시 줄을 서고 있다.

올 한해만큼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진정으로 역지사지하는 한 해가 되어주기를 기도해본다. 그렇게 함으로써 분리된 ‘흑과 백’이 아닌 서로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들어있는, 그래서 과정의 중요함을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가깝게는 가족끼리 그리고 이웃끼리, 조금 더 나아가서 지역끼리 그리고 전체가 하나인 듯 합심하여 나아가는 새로운 한 해가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우리 모두 올 한해는 서로가 서로에게 역지사지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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