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와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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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와 책 읽기
  • 김상구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1.28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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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억만장자 빌게이츠와 마크 주커버그의 공통점 중 하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많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매주 2권 정도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공개하고 있는 파워블로거다. 마크 주커버그도 2015년을 ‘책의 해’로 정하고 2주에 한번 씩 듬쑥한 책을 소개함으로써 지난해 독서열풍을 이끌었다. 책 읽기는 그들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며 이 습관이 그들을 세계적인 부자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많은 재산을 거의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데, 이것도 독서가 그들에게 끼친 영향이 아닐까 싶다. 독서를 통한 많은 지식축적과 정보 수집은 시민으로서, CEO로서 현명한 판단을 하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훌륭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온 터라 다시 발설하기에도 멋쩍게 들릴 지경이다. 그러나 좋은 책을 선정해 그것을 지속적으로 읽어낸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서양 고전 중에서 대학 교양도서 100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책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인데 그것을 끝까지 정독한 사람이 정말 얼마나 될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누구나 읽어야하지만 읽지 않은 책이 고전이라고 말한바 있다. 읽으면 인간의 전인적(全人的), 조화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되련만 끝까지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책들이 소위 고전이라는 반열에 올라있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는 1920년 존 어스킨(John Erskine)이라는 영문학과 교수가 ‘명저 읽기(Great Books Program)’와 총명해지는 방법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학생들이 서양 고전을 읽도록 독려했다. ‘교양우등(General Honors)’과정은 3·4학년 때 15명을 한반으로 편성하여, 2명의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한 교수와 미리 책을 읽고 온 학생들이 토론을 하도록 했다. 몇 년 후 마크 반 도렌(Mark Van Doren)같은 훌륭한 교수가 나타나 이 과정을 더욱 충실하게 이끌었다. 많은 학생들이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 하고나서도 이 교수를 잊지 못하고 그 대학의 가장 훌륭한 교수였다는 글을 여기저기에 발표했다. 많은 돈을 번 학생들은 그를 기억하며 그 학교에 돈을 기부하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많은 돈을 번 것은 콜롬비아 대학 때 배운 독서의 힘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에서인지 이 프로그램은 시카고 대학과 세인트 존스 대학으로 퍼져 나갔고, 이들 대학의 교양과정에서 읽는 책들이 1952년에는 ‘서구 세계의 명저’라 이름으로 54권이 출판되었다가 1990년 60권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서구 세계의 명저’를 읽게 되면 학생들은 과거의 위대한 정신적 계도(啓導)와 훈도(薰陶)로 교양과 덕성을 갖춘 전인적 인간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대학들은 갖고 있었다. 학생들이 과거의 멋진 정신과 교류를 하게 되면 자기완성과 함께 사회와 조화로운 인간이 될 수 있으리라 대학들은 믿은 것이다. 우리가 힘들여 소위 고전을 읽는 이유는 과거의 과거성이 오늘날의 문제를 성찰하는데 적실한 단서와 계시를 주고 빛을 던져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과거의 수많은 책들 중에서 오늘날 우리의 고전으로 남아 있는 책들은 그 안에 순도 높은 광맥들을 많이 숨겨 놓고 있다. 독자들이 그것을 공들여 파내면 부자가 되는 것이다. 자꾸 파내고 싶은 재미도 그 안에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책들은 고전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고전(classic)이라는 어사(語辭)에는 계속 읽어왔고,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책이라는 뜻이 함의돼 있다. 고전과 부자를 관련짓기 어려워 보이지만, 로마인들은 돈 많은 최고계급을 클라시시(classici)라고 불렀다. 기원전 2세기 로마의 법률가이자 문인인 아울루스 겔리우스(Aulus Gellius)가 classici의 형용사 classicus를 여러 저작자에게 비유적으로 적용한 것이 계기가 되어 최고급의 저자와 저작을 가리키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최고의 저자가 일급의 저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흥미롭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최고의 억만장자들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있다. 빌 게이츠와 마크 주커버그를 보더라도 좋은 책들과 멀어져서는 부자가 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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