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실패 그리고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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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실패 그리고 얻는 것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4.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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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의 죽음으로 장례식장에 몇 번 문상을 다녀왔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보면서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잠시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에 잠겼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 왔다가 가는 삶인데 하면서 문상객이나 유족들의 후회하는 말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살아 있을 때는 모르다가 죽음을 맞은 후에 그 사람 혹은 진실에 대해 알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 알면서도 안 되었고, 욕심과 오만 속에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결국 후회와 잘못을 뉘우치는 경우를 많이 듣게 되었다. 필자도 예외 없이 후회하는 일을 거의 매일 하면서 살고 있다. 물론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

말의 위력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말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은 경우에 따라 희망이 없는 사람을 살리는 도구이기도,  반면 건강한 사람을 쓰러뜨리는 치명적인 비수가 되기도 한다. 토론이나 논쟁을 통해서 사고력이 생기고 논리적이 되기도 하지만,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 설득에 강요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고 결론은 상대가 내려야 되는데, 내가 결정하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되고 만다. 강요가 있으면 설득이 되지 않는다. 알면서도 강요 섞인 설득을 계속하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특히 청소년기 자녀에게 강요가 포함된 설득은 역효과를 불러 온다.

우연히 부부가 자녀와 함께 물건을 사는 모습을 보았다. 매장에 들어오자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무 말 하지 말고, 애가 원하는 것을 고르도록 합시다.”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고 엄청 좋아했다. 어머니의 표정을 보니 아이가 선택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그냥 아이의 선택에 어떤 말도 없었다. 어른의 눈에는 아이의 선택이 미숙하거나 오류가 보이게 마련이다.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도 있음에도 아이는 기쁜 마음에 성인의 눈에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아이는 스스로 선택한 것에 후회하기도 한다. 부모의 말을 들으면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사람은 살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모든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바라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실수와 실패를 경험해야 할 것이다. 아이도 성장을 하면서 성공적인 선택을 위해서는 작은 실수와 작은 실패가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이런 작은 실수나 실패를 하지 않도록 대신 선택해준다면 성장한 후에 커다란 실수나 실패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작은 실수를 통해 아이는 부모와 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고 선택할 때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미리 삶을 경험한 성인의 의견도 필수적이란 걸 깨달을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사람의 인생에서 개인차가 있지만 청소년기는 대략 3-4년 정도 유지되는 것 같다. 이 시기에 청소년이 보여주는 사고방식과 언행은 거의 비슷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예외 없이 나타난다. 보호자를 힘들게 하는 청소년기에 대해 대부분의 성인들은 이미 그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양상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청소년기의 방황이 그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중요한 시기다. 심한 방황이 자칫 학업중단이나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고, 더 우려되는 것은,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관계형성의 어려움, 또는 자녀를 양육하는데 필요한 경험적 내용의 부재로 겉은 성인이지만 실제로는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되는지 모르는 보호자가 될 수도 있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특별히 효과적인 방법은 없어 보인다. 다만 자녀와 관계에서 후회를 덜 하려면, 최소한의 대화 채널은 있어야 될 것 같다. 아무리 관계가 좋지 않아도 대화가 단절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기초가 있지만, 대화가 사라지면 아이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으로 인해 청소년과 부모는 큰 후회를 하게 된다. 말이 정말로 중요하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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