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넘어선 인간의 출현과 윤리학
상태바
인간을 넘어선 인간의 출현과 윤리학
  • 김상구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4.07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로 이세돌에 대한 인기가 어느 아이돌 못지않게 높다고 한다. 어린이 바둑교실에 아이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알파고로 인한 인공지능(AI)에 대한 세간의 호기심은 ‘인공지능 공포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아직 인공지능다운 인공지능이 출현되지 않았는데도 그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인공지능의 궁극적 모습을 그려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에, 인간이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 대접 받지 못하고, 일자리를 빼앗기지는 않을 것인가 하는 막연한 공포감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경우의 수가 체스보다 훨씬 많은 바둑에서 인간 최강 이세돌을 이길 수 있을까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을 터인데, 이세돌이 승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보통일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체스와 바둑에서 이미 인간을 넘어섰고 앞으로 이것의 발전은 인간 지능보다 수천 조배 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Raymond Kurzeil, 1948 ~)은 과학의 발전 속도를 배경삼아 예측했었다.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의 분야에서 ‘수확가속의 법칙(the law of a accelerating returns: 기술의 진화과정이 가속적이며 그 산물 또한 기하급수적 증가한다는 이론)’이 적용된다고 하면서 과학기술은 발전을 거듭하여 기하급수적 증가에서 거의 무한대로 커질 수 있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 특이점이 지나는 시점에 ‘강한 인공지능’이 출현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세돌과 대국을 펼쳤던 인공지능은 아직 ‘약한 인공지능’의 분류에 속한다. 그에 따르면 강한 인공지능은 이성적, 감성적, 도덕적 판단을 하고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그는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지나 강한 인공지능으로 출현하기 위해서는 GNR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특이점이 온다’에서 주장하고 있다. G는 유전학의 혁명을, N은 나노기술의 혁명을, R은 로봇공학의 혁명을 가리킨다. 우리는 유전공학을 발전시켜 이미 게놈지도를 완성했고, 인공장기와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융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나노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분자수준에서 재조립함으로써 유전학의 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간의 혈관 속에 작은 ‘나노 봇’을 침투시켜 혈관 질병을 치료할 것으로 보인다. GNR혁명의 마지막 단계인 로봇공학의 혁명은 인간과 비슷하거나 초월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에 다름 아니다. “최초의 초 인공지능 컴퓨터는 인간이 만든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이다”라는 영국의 수학자 어빙 존 굿의 이야기는 강한 인공지능의 출현을 예측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날이 올 것을 예상한 것은 아니겠지만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은 동물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요, 심연 위로 걸쳐진 밧줄이다.”라는 말을 했다. 인간은 하등한 동물에서 진화의 정점으로 진화해온 인간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방향으로 과학기술을 조정하여 초월을 이루어 낼 것이라고 커즈와일은 니체의 말을 해석하고 있다. 심연이란 기술에 내재된 갖가지 위험을 뜻한다고 볼 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는 오히려 인간에게 유리하게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종말’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부자의 유전자’에서 유전공학의 발달로 출현하게 될 능력이 향상된 ‘유전적 귀족계급’과 열등한 인간 부류가 공존하는 암울한 시대를 맞이하게 되리라고 미래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히고 있다.

커즈와일은 영생(永生)을 꿈꾸며 ‘영원히 사는 법: 의학혁명까지 살아남기 위해 알아야 할 9가지’, ‘환상적인 여행: 영원히 살 수 있을 정도로 수명 연장하기’라는 책을 썼지만, 미셀푸코는 ‘말과 사물’에서 “단언컨대 인간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그려놓은 얼굴처럼 사라질지 모른다.”라는 말을 남겼다. 인간은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생물학적)을 넘어선 영생(永生)하는 인간으로 진화할 수도, SF영화 같은 암울한 세상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세상이 다가올수록 그 시대에 걸 맞는 윤리학적 인간이 더욱 요청되지 않을까 싶다.

<이 지역민참여보도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