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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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최선경 <홍성군의원·칼럼위원>
  • 승인 2016.07.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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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문장이 머릿속에 콕 박혀서 떠나질 않는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예전에 인상 깊게 읽은 공지영 작가의 소설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은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시구다. 원문 그대로 해석하자면 ‘모든 것은 변한다,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는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무소의 뿔처럼 단단하고 곧게 가라’는 의미와 함께 ‘혼자서 가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종종 화나는 일과 마주칠 때마다 이 말을 되새기며 스스로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홍성군의회는 지난달 30일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마치고 새로운 의장단을 꾸렸다. 예년과는 달리 이번 후반기 의장단 선거부터는 회의규칙을 변경해 기존에 ‘후보 등록제’로 하던 방식을 ‘교황 선출 방식’으로 바꿨다. 처음으로 바뀐 ‘교황 선출 방식’에 따라 의장단을 구성하다보니 결과적으로는 여러 이변이 속출했다.
홍성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두고 타 지역신문사는 사설을 통해 ‘3선, 2선 의원들을 제치고 초선 의원으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정하면서 관례도 명분도 원칙도 배려도 없었다’는 혹평을 쏟아내는 등 지역 여론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이번에 바뀐 ‘교황 선출 방식’이란 별도의 후보등록 없이 모든 의원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고 무기명 비밀투표로 의장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신망 받는 인물을 선출하자는 의도로 도입됐다. 그러나 지방의회 부활 25년이 지나면서 ‘교황 선출’이라는 허울만 남았을 뿐 누가 출마하는지, 자질은 제대로 갖췄는지, 지역유권자들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질적으로 교황 선출 방식은 다수당의 밀실 합의 추대와 그에 따른 정당 간 갈등, 의원끼리의 ‘야합’ 등의 대표적인 폐단이 이미 전국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교황 선출 방식’의 폐단이 다시 ‘후보 등록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모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깜깜이 교황 선출 방식’은 폐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후보 등록제의 공개 검증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부족한 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의 공통된 견해다.
이렇듯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의장단 선거 갈등을 두고 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공개검증과 단임제’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앞장서 ‘금품과 자리배분이 아닌 (부)의장·상임위원장으로서 실천하고자 하는 정책과 공약으로 공개경쟁하고, (부)의장·상임위원장의 임기를 단임제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는 등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방식을 개선하자는 운동이 벌어지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한편 이번 홍성군의회 의장단 선거의 예상치 못한 결과 도출의 가장 큰 요인은 의장단 구성을 앞두고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구당 차원에서 특정 후보를 의장과 부의장으로 지명하고 다른 군의원들의 협조를 구하자 이에 반발한 의원들이 따로 뭉치게 되면서 벌어진 이변이라는 게 지역 여론의 일반적인 견해인 것 같다.
의회 내부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지구당위원장이 의장과 부의장을 지명하고 협조를 부탁한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주민대표기관으로서 지위를 갖고 있는 지방의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강하게 부당함을 주장했었다.
어쨌든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지방자치 의장단 선거까지 공천권을 쥐고 있는 ‘윗선(?)’이 개입하면서 성숙된 풀뿌리 자치의회의 뿌리마저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며 그 결과, 갈등의 골만 깊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지역정가 안팎에서 일고 있는 여론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후반기 원구성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이제 7대 홍성군의회는 후반기의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직접 피해를 보는 것은 주민이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주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의원들이 자리다툼이나 혈안이 돼 있어서야 민생을 제대로 챙길 수 있겠는가라는 주민들의 우려를 우리 의원들은 스스로 가슴에 새겨야 할 때이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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