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재 행정 ‘이제 그만’
상태바
소통 부재 행정 ‘이제 그만’
  • 최선경 <홍성군의원·칼럼위원>
  • 승인 2016.07.28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마주할 때 입체적으로 따져 봐야하는 건 특정한 단면을 가지고 전체로 착각할 수 있는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불교 열반경에 나오는 우화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는 내가 보는 것이 전체이고 본질인줄 아는, 그런 좁은 식견과 안목,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최근 김석환 군수가 제대로 된 여론 수렴 없이 화상경마장 사업을 일방 추진하고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 확보 등을 이유로 도박중독율이 75%가 넘는 화상경마장을 복합문화시설의 일환으로 바라본 김 군수의 판단은 마치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일부 제한된 지식으로 내린 판단은 아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홍성군의 화상경마장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주민들을 온전히 배제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른 공론화 과정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12일 한 부동산 임대업체가 서부면 신리 일원에 조성 중인 오토캠핑장 내에 화상경마장을 건립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의회에 보고했다. 의원들끼리 충분히 의견을 교환할 틈도 주지 않고 15일에 사업계획서를 홍성군에 제출했으며 19일 군수 동의를 얻었다. 전국 곳곳에서 분열과 갈등으로 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사행사업을 그야말로 일주일 안에 의회 보고부터 지자체장 동의까지 마친 셈이다. 이는 주민과 소통하지 않은 즉흥적 행정이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청주시의 경우 화상경마장 유치 예정지 인근 10개 학교와 민간사회단체 등 40개 기관·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대다수 시민이 반대하는 화상경마장 유치에 동의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천시는 주민들의 반대운동이 거세지자 자체적으로 이천 시민 전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양양군은 찬반에 대한 지역여론이 대립하고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사회단체와 주민대표 등과 함께 사업설명회를 열어 동의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반면 인근 보령시는 주민의견수렴 등 절차를 무시하고 화상경마장 유치를 강행하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저항으로 유치가 백지화됐을 뿐만 아니라 결국 주민 갈등과 예산 낭비 사례만 남겼다.

이렇듯 많은 지자체에서 화상경마장 유치와 관련해 다양한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철회된 사업을 재추진하는 홍성군은 공론화 과정도 없이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는 건 비민주적 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군은 화상경마장 유치가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켜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업으로 인한 폐해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가졌던 학생과 학부모,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는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김 군수의 잘못된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폐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민선시대의 지방자치는 비약적으로 발전된 모범적인 사례도 많지만 현재까지도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여전히 많은 지자체에서 전시성·독단적인 사업 진행으로 밀실행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김 군수의 화상경마장 동의는 무사안일의 소통부재 행정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군정 전반에 있어 주민이 배제된다면 의혹은 많고 공감은 없는 단체장을 위한 단체장만의 군정이라는 냉소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신뢰받는 행정은 투명한 절차와 철저한 준비,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 주민에 대한 충분한 설득의 원칙을 갖고 출발해야 한다. 이 원칙이 지켜질 때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동책임을 갖게 됨으로써 홍성군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 한편 앞에서 꺼내든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우화에서 만약 장님들이 모여서 서로의 느낌을 종합하고 의논했다면 단편적인 느낌이 아닌 진실을 얻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김 군수도 주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동의’가 아닌 다른 결정을 내렸을 지도 모르겠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