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품’을 ‘거듭’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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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품’을 ‘거듭’ 생각한다
  • 이원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7.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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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불볕 더위가 엄청났다. 너나없이 지칠 대로 지치고 정말로 팍 늙어버리는게 아닐까 걱정하게 만들더니 오늘은 마른장마의 불쾌한 공기가 대기를 무겁게 찍어눌러 숨쉬기조차 힘겹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대자연의 변화불측한 심통이야 느긋한 마음으로 그러려니 여기면 그만이다. 우중충한 마음은 물론, 누굴누굴했던 옷가지며 습기 가득 찬 공기마저 뽀송뽀송하게 말려줄 청량한 가을이 곧 올테니까. 하지만 사람은 사람이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양반네들의 조잡, 치졸, 저질 언행을 언론으로 대하노라면, 우리들조차 뭔가를 잘못한게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찝찝하고, 길가다가 느닷없이 오물을 뒤집어 쓴 기분마저 들 정도로 불쾌하다. 사실 오물 바가지를 어쩌다 뒤집어 썼다한들 털어내고 씻어내면 그만 이겠으나, ‘인격’이 모자라는 인간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저질러대는 만행이 빚어내는 해악과 그 여파는 한 번 이해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헌데 더 큰 심각성은 언론에 재수없이(?) 노출된 인간말종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깔려있는, 이른바 ‘인격’의 총체적 난국 속에 대한민국이 던져져 있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누구나 믿고 따를만한 훌륭한 인격자, 사랑과 향기로운 인품으로 세상을 아름다운 관계 속으로 이끌어 줄 분들은 어디 계신가?

필자가 ‘메르스와 공덕심’ 이란 칼럼에서도 주장했듯이,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들이 줄을 잇는 사태는 결국 인성교육, 인격도야 분야를 도외시하면서 성과위주, 능력 우선주의, 무한경쟁만이 덕목인양 잘못 이끌어온 부모님, 선생님, 선배들의 잘못이 크다. ‘보고 배운다’는 말이 괜히 생겼겠는가? 이중텐(易中天)이 지은 ‘품인록’에 쓰여있다. 위진(魏晋)시대, 즉 조조가 세운 위나라 때부터 조조의 부하였던 사마중달의 손자 사마염이 위나라를 빼앗아 세운 진나라로 이어지던 시절에는 미평가들 대부분이 지혜의 표현으로 인물 품평을 즐겨했다. 가령, 사람을 두고 “아침놀이 떠오르듯 당당하다” 라거나 “솔 아래 부는 바람처럼 소슬하다”라는 식으로 평했다. 고결하고 당당하여 주변인들의 흠모를 받는 인격자들과 동시대를 살아간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일본이 서구화를 지향하며 출발했던 명치유신 이후, 당대의 지식인들이 유행처럼 읽었던 ‘자조론’의 저자 사무엘 스마일즈의 또 다른 역저 ‘인격론’의 명언이 생각난다.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재난을 부른다. 녹이 쇳덩이를 고철로 만들 듯이, 게으른 사람은 국가를 좀먹게 한다.” 통치자의 대권에 편승해 국민을 “개, 돼지만도 못한 존재”라는 폭언을 한 모 수석이나, 검찰의 막강한 힘을 빌어 막대한 이익을 갈취한 모 부장검사며, 자신이 근무하는 곳에 자신의 더러운 그것을 싼 모 경위 등등은, 인격함량 미달로 틀림없이 처음과 달리 어느 때부터인가 직분에는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오만 방자해지면서 패가망신하는 머저리짓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자승자박한 꼴이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마는 그들 주변에 그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주고 깨우쳐 줄 인격자들이 없었거나, 밥상머리 교육조차 돼있지 못한 채, 머리 하나만 믿고 주변인들이 이용해가며, 성공만이 삶의 전부이고, 권력만이 도깨비 방망이 인줄로 여기며 무한 질주하다가 대형사고를 치고만 것이리라. 사필귀정이다.

이들에게 이제라도 또 다른 인격품평서 유의경의 <세설신어>를 읽히며 대오각성하게 하면 어떨지? “도간(陶侃)이 젊어서 물고기잡이 하는 관리시절에 한번은 모친께 젓갈 한 단지를 보내드렸다. 모친은 이렇게 답신하여 자식을 질책했다. ‘관리인 네가 관청의 물건을 보내온 것은 보탬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나의 근심을 더하는 짓이다.’

이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 저질러진 악행은 죄에 합당하게 처벌 받게 하고, 더 이상 우리의 삶이 구겨지고 더러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수신하며 향기로운 영혼이 되도록 ‘인격’을 함양할 책이라도 읽도록 만들면 어떻겠는가? 아울러 죄 없이 권력자들의 눈치만 보며 하루하루를 한숨짓고 사는 서민들도 권력자들의 폭언과 만행에  즐거이 항거하며 인격수양에 명저들을 읽으며 보낸다면 그럴듯한 피서가 되지 않을는지?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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