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批評)과 비판(批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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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批評)과 비판(批判)
  • 이성철<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6.08.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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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批評)] : 어떤 대상에 미추, 선악, 장단, 시비, 우열 등을 평가하여 논함. [비판(批判)] :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 부정적으로 말함.

어떤 일을 예측하고자 할 때에는 그 예측을 하기 위한 기본적이고도 명확하며 누구든지 인정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즉, 무엇이든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상황이나 현상만 가지고 판단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된다. 또한 받아들인다는 중요한 관점을 간과한다면 진정으로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잘했으니 더 잘해보라고 말하고, 잘못된 부분은 ‘앞으로’는 고쳐보라고 말해주는 것이 비평인 반면, 무조건적인 흑백논리로 잘잘못을 따지며 잘 한 부분은 말이 없고 잘못한 ‘과거’의 부분만 가지고 핍박하는 것이 비판이다. 어떤 일에 대한 원인과 과정과 결과를 모두 명확하고 누구든지 인정할 수 있는 기준에 의해서 판단하고 예측 할 때 우리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전히 여러 가지 일들이 폭염과 함께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김영란법’부터 시작해서 소위 ‘전당대회’라는 각 정당들의 행사까지 뒤숭숭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지난번 총선에서 분명히 어떤 정당은 ‘대국민 계약서’인가 뭔가를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김영란법이 드디어 시행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일이 생겼다. 거의 모든 공직자 및 사립학교 교원까지 그 대상에 포함시켰는가 하면, 어쩌면 자기들만의 ‘특권’이라는 것을 내려놓겠다던 국회의원 나리들께서 제일 투명하게 보여주어야 할 자신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의원나리들도 인간이다. 특권? 웃기지도 않는 특권은 아예 꿈도 꾸지 마시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특권 없어지고 초라해지지 말자. 이제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뭐라고 한마디만 하면 그 속내가 훤히 보이니, 아예 조양문 언저리에 자리 펴고 앉아볼까?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이름 좀 날릴 수 있을까?

몇 년 전 어떤 공영방송에서 이웃나라 일본 국회의원들의 생활을 특집으로 다뤄가며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중에도 못된 짓이 더 심한 인간도 있겠지. 그러나 대다수의 일본 의원들의 행태는 말 그대로 투명하다 못해 궁핍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자신을 뽑아준 지역주민들을 위해 자신의 지역에 법적인 주소지가 아니라 실제로 거주해가며 1년 내내 쉬지도 않고 몸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자신의 지역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말로만 듣고 아는 것이 아니라 직접 확인하고, 그 내용들을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 나는 친일파는 아니니 욕하지는 마시라.

그저 1년에 한두번 심심하면 고향방문 한다며 의정보고서라는 홍보용지 몇 장 인쇄해가지고 몇몇 말 못할 사람들만 찾아다니며 자신의 의정활동이랍시고 홍보하고 생색만 낸 후 고급 승용차를 타고 훌쩍 떠나버리는 그런 인간들과는 천지차이를 느끼게 했다. 아, 위에서도 말했듯, 분명한 판단의 기준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몸소 찾아보시는 수고를 하시라. 어떤 일에 대해 그 판단의 기준도 알아보지 않고 왈가왈부하는 것만큼 무지하고 용감한 행동도 없으리라. 비판하지 말자. 비평해보자.

백성들은 누구든지 나라가 뒤숭숭하면 우리 동네만이라도 평안하게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라게 된다. 오죽하면 경찰서에서 자동차의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켜서 서로에게 흉기가 될지도 모르는 자동차의 대화를 권장하고 있을까. 그 현수막을 제 위치에 게시하지 않은 행위를 탓하기 전에 그렇게라도 홍보해야 했을 경찰 관계자들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나는 잘 켜고 있으니 그 게시물이 잘못됐다? 그 기회를 틈타서 끼어들듯 게시한 다른 기관의 게시물이 위법이고 잘못 아닐까. 제발 부탁한다. 백성들도 모두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이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내 자신이 우선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그 정해진 규칙에 의해 지킨다면 어떤 일이든 올바른 판단과 평가가 가능해 질 것이다. 서로 비평하되 비판하지는 말자. 비판해봐야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법이니.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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