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을 보며
상태바
‘한여름 밤의 꿈’을 보며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승인 2016.08.18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까지만 하여도 폭염이란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뭐, 좀 덥네. 한여름이니까 당연히 덥지.”하는 정도였다. 필자가 사는 곳이 언덕 위에 지은 아파트의 15층이라서 통풍만 되면 더운 줄 모르고 여름나기가 가능했다.

선풍기가 생각나는 날이 1년에 하루나 이틀 정도에 불과하였다. 필자의 몸무게가 100-10(cm/kg)에 해당하는 만큼 추위보다 더위를 더 타는 편이다. 그래도 여름나기에 크게 애로사항을 느끼지 못하고 20년 가까이 살아왔다. 그런데 올해에는 상황이 확 바뀌었다. 낮에는 온 집안이 찜통에 가깝고, 저녁에는 잠자다가 늦은 밤이건 새벽이건 벌떡 일어나서 찬물로 사워를 하곤 다시 잠을 청하기가 일쑤이다. 선풍기를 옆에 끼고 하루 종일 붙어있는 것은 예사이고, 에어컨 때문에 14년간 환자인 채로 살아가시는 어머니와 말다툼을 종종 하고 있다. 금복주 상표가 ‘진짜 자기 어머니’ 라고 부를 만큼 몸집이 좋으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에어컨 바람이 살갗에 닿기만 하면, “꺼요, 꺼요!”하고 에어컨을 끌 때까지 외쳐댄다.

이 때 마침, ‘리우, 2016하계올림픽 대회’는 고통의 불면을 ‘한여름 밤의 꿈’의 불면으로 바꾸어 놓았다. 잠을 못자는 것은 매일반인데, 올림픽 이전에는 낮에 졸리고 피곤하기만 했다. 그런데 올림픽 이후에는 낮에도 훨씬 싱싱해졌다. 차이라고 한다면, ‘자야 하는데, 덥고 짜증나서 못자겠네’에서 ‘이왕 안 오는 잠, 올림픽 경기나 보자’는 생각의 차이에 불과했다. 남자 양궁에 이어 여자 양궁 단체의 우승, 여자배구 대 일본 전 승리, 남자 축구의 대 피지 전 대승과 독일과의 격돌 등은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홈런으로 쳐내는 청량 효과를 더하여 주었다.

올림픽 대회의 주최지인 리우데자네이루는 브라질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이면서, 남반구의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세계 3대 미항 중의 하나이다. 이번 31회 올림픽 대회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개최된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 지배를 받고, 나머지 라틴 지역은 에스파냐의 지배를 300여 년씩 받다가 저마다 19세기 초 중반에 독립을 이루었다. 제각각 독립국으로 자리매김을 한 지 200년 가까이 되고 있지만, 정치와 경제 사정은 전반적으로 원활하지 못한 상태이다.

리우데자네이루는 자연과 인공의 아름다움이 잘 어우러져 201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또한 1763년에서 1960년까지 약 200년간 브라질의 수도였으나,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옮긴 후에 오늘날에는 세계적인 관광과 문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 축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손꼽히고 있다. 삼바와 보사노바가 어우러진 정열적인 축제, 코파카바나 해변 등 자연 경관이 유명하여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로 손꼽힌다.

코르코바두 봉에 있는 세계 7대 불가사의 하나인 그리스도상과 설탕 봉우리라고 불리는 팡지아수카르 산은 이 도시의 상징물이다. 카니발 행렬을 볼 수 있는 삼보드로무와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 경기장인 마라카낭 경기장 등도 눈여겨볼만한 광경이다. 리우데자네이루는 1992년 6월, 지구 온난화 · 산업 폐기물 등 지구 환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 대표와 민간단체들이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하여 실시한 회의 장소이다. 이 회의에서는 지구 환경 보전의 원칙을 천명한 리우 환경 선언을 채택하였으며, 지구 환경과 개발 체제의 통합을 목표로 세계가 협력한다는 취지 아래 환경 파괴에 대한 책임 부여, 지구 생태계의 보존, 환경 훼손 방지에 대한 연구, 환경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의 원칙을 선언하였다. 또한 기후 변화 협약, 생물 다양성 협약 등이 이 회의에서 채택되었던 만큼, 이번 개막식에서도 지구환경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작용하였다.

경도 상으로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위치한 리우, 그곳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제전은 우리들에게 ‘한여름 밤의 꿈’을 즐기게 해 주고 있다. 무더위로 인한 불면의 고통을 감동과 환호 속에 빠져들게 해 주고 있다. 그 청량감으로 단잠(달콤한 잠)을 즐기고, 건강 또한 더욱 왕성하게 여름나기를 바란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