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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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철<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6.09.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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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文化)] :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루어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우리는 인물을 평가할 때 ‘그릇이 크다, 작다’ 혹은 ‘그릇이 아니다’와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릇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물건을 담을 때 쓰는 것이다. 그것이 인물에 대한 평가에 사용되는 것은 아마도 그 지위와 역할을 담당할 인물의 됨됨이를 말하기 위함이 아닐까. 우연치 않게 문체부장관의 국회 청문회를 보게 되었다. 안 아무개 의원이 질문한다. “문화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헌법에 규정된 문화의 내용에 대해서 말해보시지요.”

그 후보의 대답이,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아닐까요?” 그 청문회를 보았던 많은 백성들이 과연 그 장면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문화를 담당해야 할 사람이 문화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답변준비 안했나보다. 문화가 뭔지도 모르는 그릇에 문화를 맡기겠다? 차라리 간장 종재기에 짬뽕 곱빼기를 담지. 대통령이 얼마 전 담화에서 ‘국민의 혈세를 손실 내는 잘못을 철저히 엄단 하겠다’고 했던가. 그런데 어떤 후보는 어머니가 빈곤층으로 등록되어 여태까지 의료보험비를 한 푼도 안냈다지. 게다가 음주운전을 단속해야 할 사람은 단속에 걸렸는데 경찰청장이 되었다지. 과연 그런 인간들의 그릇이 제대로 된 그릇일까.

얼마 전에 홍운 김창수 선생님의 부탁으로 홍성읍지에 2008년에 게재된 송덕비를 찾으러 다녔다. 읍지에 게재된 내용으로 본다면 “구룡리 주유소에서 500여 미터쯤 가다가 도로 좌측에 있다”고 쓰여 있는데, 내 눈이 잘못 된 것인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우거진 수풀 속에 가려져서 보이지를 않는다. 마을 이장님과 오랫동안 그 곳에서 거주하셨던 분의 도움으로 찾아보았지만 역시 찾지 못했다. 한 나라의 문화는 물질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그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각 지역의 문화가 온전하게 보존되고 유지되며 제대로 지켜지고 후세에 전달 될 때에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리라. 그렇게 본다면 우리 지역의 사소하게 생각되는 부분도 소중하게 지켜져야 할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마저 지키지 못하며 어떻게 전체적인 문화를 얘기 할 수 있을까.

‘문화’라는 표현이 아무데나 붙인다고 문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화상경마라는 노름판을 벌려가며 ‘문화공감(?)’이라니 세상이 뒤집어질 노릇이다. ‘역사인물축제’라는 이름을 빌어서 한바탕 잔치 굿을 치렀다. 그 역시 지역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이 올바르게 행사를 치러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지역주민이 공감하지 않고 참여하지 않는 행사로 백성의 세금만 축낸다면 안 될 것이다. 또 한 번 ‘그들만의 리그’로 자화자찬하며 떠들어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이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진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며 지역의 역사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떤 인물이든 어떤 자리이든 그릇이 되어서 그 자리에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역할을 맡기고자 한다면 과연 그 역할에 적합한지에 대한 검증부터 시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릇도 안 되는 인간들이 자리와 지위를 탐하고 욕심내는 것을 보면 측은하기까지 한 것은 나 혼자 생각일까. 전자결재라는 편리한 용도를 또 한 번 백성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지 않겠다는 도구로 사용한 것을 보면, 역시 백성들을 위하는 그릇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인간에게 일을 맡긴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에게 운전을 맡긴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그릇에 제대로 된 물건을 넣어주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어지간히 했으면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이라도 백성들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며, 그 힘없고 순진하며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는 백성들을 위해서 좀 더 큰 그릇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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