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칼 뽑아놓고 무만 자를 텐가
상태바
큰 칼 뽑아놓고 무만 자를 텐가
  • 최선경<홍성군의원·칼럼위원>
  • 승인 2016.09.30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차 추경 예산안 심의를 마쳤다. 의결을 마치고 느끼는 감정은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라는 생각이다. 각 사업 예산안에 대한 판단이 내가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는 몰라도 문제가 되는 예산이 많았음에도 결과적으론 삭감하지 못했다. 특히 관심 있게 지켜보는 민간경상보조금의 경우, 일부 문제 있는 예산이 있다. 문제가 되는 사업예산이 계상됐다는 것은 이미 관련단체의 로비를 통해 예산을 반영한 결과이다. 여기에 관련단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맥을 통해 의원에게 로비를 하고 삭감을 방어한다. 

선출직 의원들이 이러한 예산을 삭감하거나 그들의 청탁을 거절할 수 없다는 한계와 담당공무원의 집요한 부탁도 한 몫 한다. 그러니 민간단체의 문제 있는 예산이 삭감될 리 없다. 예산 심의 때마다 되풀이되는 악순환이다. 이번 추경 예산안 심의와 관련해 몇 가지만 지적해 보고자 한다. 일부 삭감된 특정작가의 작품기증 사례금은 전례가 없던 사업비로, 일각에서는 특정작가가 군수와 동창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특정인을 위한 행정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 사업비다. 또 군수의 공약사업인 대왕버섯 관광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도로개설비 3억원이 특별교부세로 계상되어 승인됐다. 지난 2년간 사업주체의 부실로 부지가 경매로 넘어가는 등 표류된 사업이었기에 예산을 승인하면서도 추후 예산만 낭비한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스러움이 앞섰다.

반면 과다계상과 부실한 계획 등으로 대폭 반환하는 사업비들도 많았다. 유기농산물 유통 및 가공 활성화 연구용역 2억원 중 1억7000만원이 반환됐다. 상수도 공기업 특별회계 가운데 상수도 신설급수 관련 계상된 당초 예산 8억4000만원 중 4억8000만원도 자체 삭감해 반환했다. 두 사업 모두 절반이 넘는 사업비를 반환한 셈이다. 치밀하게 계획되지 않은 예산 계상은 결국 혈세 낭비로 이어지며, 주민들로 하여금 행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는 점을 집행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행사비 지원도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미 행사를 진행한 후에 사업비를 올리거나 추가지원으로 도의원들이 가져오는 예산이기에 제대로 된 예산감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낭비성, 일회성 행사에 지원되는 예산을 군의회에서 삭감했더라도 관련단체에서 도의원 로비를 통해 예산을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군비가 아니라 도비가 지원되기에 무어라 제지하기 어렵지만 결국 도비도 중요한 혈세 아닌가?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지방의회는 의사결정기관으로서 주민을 대표하는 기능, 집행부의 통제 및 감시 기능을 갖는다. 이러한 기능은 주민의 권리와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지방의원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주민의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렵게 추경예산안 심의를 마치면서 여전히 큰 칼 뽑아놓고 무만 자른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진정으로 주민의 대변자 역할에 최선을 다했는가? 집행부의 대변자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같은 뜻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의원이 많아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끝으로 참 어수선한 정국이다. ‘비선 실세’와 ‘권력형 비리’ 의혹을 받는 미르·K스포츠재단, ‘황제 전세, 특혜대출’ 등 의혹과 ‘흙수저’ 운운하며 국민을 우롱했던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 거부로 인한 국회 마비,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던 농민 백남기 씨의 사망 등 온통 화가 나고 답답한 소식뿐이다.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여당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는 국민들 비난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안 보인다고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한 나라든, 작은 지자체든 제대로 된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다시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요즈음이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