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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10.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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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의 정의는 무엇일까? 정신과 신체로 나누어 생각할 수도 있다.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회관계 속에서의 행동으로 나눌 수도 있다. 건강한 사람의 정의는 간단할 수도 있지만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누구나 삶 속에서 약간의 정신적 문제, 신체적 질병을 갖고 살아가고, 사회현상을 자기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요인이 더 중요하고 혹은 덜 중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갈등이 싫어서 타인에게 자기주장이나 의견을 말하지 않고 타인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말하는 사람, 끝까지 옳고 그른 것을 가리는 사람, 원리원칙을 지키는 사람, 아예 사회적 관계에서 철회하는 사람, 무슨 일이든 비판적인 사람, 사안에 따라 원칙이 달라지는 사람, 나와의 친분이나 사상적 성향에 같으면 비판하지 않고 반대인 경우는 비판하는 사람,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 전문가처럼 말하는 사람,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사는 사람, 내가 갖고 있는 문제를 나만 모르는 사람 등 사람은 이런 모습을 어떻게 갖게 되었을까?

러시아의 생리학자인 파블로프는 소화액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조건반사를 발견했다. 개에게 먹을 것을 주면서 종을 치는, 이런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면, 개는 먹을 것을 주지 않고 종만 쳐도 침을 흘리게 된다. 또 다른 학자인 스키너는 강화(보상)받은 행동은 재발한다는 학습이론을 주장했다. 즉, 쥐가 우연히 버튼을 눌렀는데 먹을 것을 얻게 되면, 그 행동은 계속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동물과는 다른 존재라면서 관찰학습을 주장한 반두라는 타인의 행동을 보면서도 학습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세 학자 모두 학습과 관련되어 유명하고 나름대로 타당한 논리로 자신의 이론을 설명했고 주장했다.

현대는 미디어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했고, 그 영향력도 사람의 존재를 흔들 만큼 강력하다. 하루의 삶이 미디어에서 시작되어 미디어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폰, TV, 인터넷, SNS, 신문, 라디오 등에서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를 쏟아낸다. 그 정보에 사람은 저마다 반응한다. 최근에는 ‘김영란 법’이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김영란 법의 핵심은 부정부패, 부정청탁 등을 막자는 의미다. 연일 TV에서는 토론이 이어지고 있고, 법의 적용에 관련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법적 보완점도 다양하게 찾고 있다.

사회와 미디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아동과 청소년이 보고 있다. 각자 현재의 수준에서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인지발달이 미성숙했으므로 자발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만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주변 성인들의 반응을 보면서 관찰하고 학습한다. 우리 성인의 말과 행동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어찌보면 그 자녀들의 평생에 걸친 관점의 렌즈가 될 수 있다. 만약 성인이 최근의 이슈에 대해 편견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을 했다면 아이는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예를 들어, 김영란 법의 중심은 부정부패 척결과 부정청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핵심이고, 아이들이 보는데서 이 핵심이 반복된다면 법의 내용을 떠나 아이들은 부정부패와 부정청탁이 나쁘다는 것을 몸에 익히게 된다. 그러나 편향된 것을 보여준다면 아이들도 고스란히 편향의 관점을 물려받는다. 최소한 이분법적인 말은 삼가자. 흰색 아니면 검은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회색도 있고, 다른 색도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로 인해 사회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 미디어에 노출되면 자녀에게 한 번 물어보자. “너는 이 갈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아이의 의견을 들은 후에는 그 아이가 다른 방향에서도 볼 수 있도록 설명이 필요하다.

성인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지 말고 가치중립적인 위치에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도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긴다. 특히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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