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골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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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골든벨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승인 2016.11.0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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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전.세종.충남 지역협의회’ 연합(이하 민주평통이라 함)으로 ‘2016 중학생 통일 골든벨 대회’가 세종시민회관에서 개최된 바 있다. 민주평통 3개 지역 산하 21개 협의회에서 40명씩 대동해 오후 1시를 전후해 세종시민회관 광장에 쏟아져 내렸다. 필자는 본교 학생 7명과 함께 홍성군 민주평통 협의회에서 제공한 버스에서 내렸다. 아이들은 각 시·군에서 온 학생들을 보면서 완전히 기가 죽었다.

대회는 5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예선과 본선으로 시행됐다. 예선은 2개조로 나누어 각 조에서 본선 진출자를 100명씩 선발했다. 본교 학생 7명은 한 명도 낙오자 없이 본선에 진출했다. 30명이 채 남지 않은 상황까지 전원 생존해 있었다. 좀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자 10여 명이 탈락됐다. 거기에는 본교생이 처음 끼어들었다. 그 다음에 한 명, 그 다음에 또 한 명이 탈락됐다. 남은 학생은 이제 13명, 2명만 빼면 모두 수상권이 됐다. 본교 2학년 4명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장 어려운 주관식 문제가 출제됐다. 그 문제를 맞힌 학생은 5명, 그들이 최종결선자로 정해졌다. 그 속에는 본교 학생이 3명 들어있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순위 결정전을 갖게 됐는데, 남은 한 명은 공동 8위(2명)를 차지했다. 그 학생은 7등부터 11등까지 수여하는 ‘민주상’을 수상할 수 있게 됐다. 5명의 학생들은 대상(금상)으로 단 1명에게만 수여하는 ‘통일상’이냐, 2등부터 6등에게 수여하는 은상급인 ‘평화상’이냐를 두고 격돌하게 됐다. 진행자가 남은 5명의 학교를 확인하는 중, 3명이 본교생임을 방송하면서 실내에 본교가 두각되기 시작했다. 장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 학교 대단하다”는 말과 “그 학교가 어디에 있냐?” 하고 물어보는 말들로 웅성거렸다.

최종 결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학생 1명이 탈락됐다. 또한 두세 문제가 지나자 2명이 탈락됐다. 그 중에는 본교 학생이 1명 있어서 공동 3위를 하게 됐다. 진행자는 남은 2명의 학생을 확인하고, “제가 5년이 넘게 각종 골든벨 진행을 보았지만, 최종 결선에 같은 학교 학생이 오른 것은 처음 본다. 게다가 두 학생이 이름이 같은 것은 두 번 다시 없을 일이다. 정말 살이 떨리고, 소름이 돋는다” 라고 했다. 이렇게 해 본교는 1등부터 3등까지 모두 차지하고, 8등을 한 학생과 함께 4명이 수상을 하게 됐다. 본교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필자는 은근히 학교 상과 지도교사 상을 기대하게 됐다. 그만한 실적을 냈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학교 상은 수상실적과 아무관계 없이 본선에 최다 진출한 학교에 준다고 했다. 우리 학교는 7명이 참여해 7명 모두 본선에 올랐지만, 어느 학교는 40명이 참여해 21명 본선에 올랐기 때문에 그 학교에 표창한다는 것이다. 각 협의회에 40명 출전 기회를 부여했는데, 어느 협의회는 그 지역의 1개 학교 학생만 몰아온 것이다. 우리 지역은 15명 한도에서 각 학교 참여 공문이 발송됐고, 필자는 우리 지역의 중학교와 본교의 규모를 고려해 교내대회 선발 11명 중에서 대회 참가 희망 학생 7명을 데리고 온 것이다.

지도교사 상은 더 어이가 없었다. 처음에는 필자에게 인적사항을 쓰라고 하더니, 지도교사상 대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수상자가 본교에 동수인 학교가 있는데, 그 학교에서 더 많은 학생이 참가했기 때문에 규정 상 그 학교에 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금상급 1명, 은상급 2명, 동상급이 1명이었다. 그 학교는 은상급 1명, 동상급 3명이었다. 수상자는 동수이지만 상급이 이렇게 다른데, 대회에 많이 보낸 학교이니까 지도교사상을 그 학교에 준다?

솔직히 말하면, 한 번 뒤집어 놓고 싶었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각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을 참여시키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한 학교에서만 참가 학생을 몰아오는 행위, 도저히 이해 불가한 수상 규정 등은 앞으로 이 대회를 스스로 격을 떨어뜨리고, 무너뜨리는 자멸 행위가 될 것이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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