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편성, 예산심의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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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편성, 예산심의 제대로 하자
  • 최선경<홍성군의원·칼럼위원>
  • 승인 2016.1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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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청와대 턱밑까지 간 촛불은 횃불이 됐다. 비정상이 정상을 이기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이 촛불로 고스란히 모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어수선한 정국 탓에 관심이 비껴갔지만 건국 이래 처음으로 400조 원이 넘는 슈퍼예산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했다. 기초단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홍성군의회도 요즘 50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 중이다. 관행적이고 반복적인 예산 치중보다는 서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예산편성이 이뤄졌는지를 살피면서 낭비요소를 솎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은 다음 연도의 정책과 사업, 행정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돈을 숫자로 표시한 것이며, 해당 지자체장의 의지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김석환 군수는 군정연설을 통해 내년도 예산은 선택과 집중으로 지역의 현안사업과 홍주천년맞이 기념사업, 내포신도시 공원관리, 축산악취 제거를 위한 사업에 중점을 두고 예산운영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내년도 예산안에서 홍주천년맞이 기념사업이 눈에 띈다. 홍성IC리모델링 비용 6억원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에 8억5000여만원의 예산을 계상했다. 일부에서는 ‘홍주’지명부터 찾는 게 급선무라며 지명이 존재하지 않는 기념사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홍주’지명찾기와 관련된 예산이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1000억원에 육박하는 주민복지과 예산편성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복지예산이 영역별로 불균형이 심각하다. 전체 총액이 증가했음에도 쏠림현상이 심해 복지현장의 양극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가령 가장 규모가 큰 노인예산은 458억원으로 46%에 달하지만 청소년 예산은 18억원으로 주민복지과 예산의 1.8%에 불과하다. 청소년예산과 노인복지예산은 40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기초노령연금 등 필수적인 사업비 지출이 대부분이라지만 청소년 관련 사업이 소외되지 않고 충분한 예산이 편성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만약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된다면 예산이 좀 늘어나려나?

예산은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중기지방재정계획이 반영되어야 한다. 중기지방재정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계획성 없는 즉흥적인 예산,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사업에 예산을 지출하게 되어 재정이 낭비되는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홍성군은 장차 군청사 이전, 홍북읍사무소 신축, 노인회관 건립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사업들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종 단체사무실 통합건축물을 매입하겠다며 22여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계상했다. 과연 흩어져 있는 단체를 한 건물에 모아 운영비를 줄이겠다는 것이 목적인지, 건물을 매입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 사회단체를 한 곳으로 통합하겠다는 것인지 명분이 약하다. 예산심의를 하다보면 딜레마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지역 간, 주민 간 형평성 차원에서 심의한다는 기준을 세웠지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가령 22가구가 사는 죽도에 지방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해 87억원의 사업비를 편성했다. 주민들에게 위생적으로 먹는 물을 공급하여 주민보건위생을 향상하겠다는 목적은 이해되지만 홍성군내 상수도 공급을 받지 못하는 마을이 죽도 말고도 22곳에 달하고 있는 실정에서 어떤 게 최선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이렇듯 4년의 의원 임기 동안 심의 감시할 홍성군 예산이 무려 2조가 넘는다. 집행부에서는 지역사회의 발전과 최소의 예산으로 질 높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의원들은 불요불급한 예산이나 행여 선거로 인한 대가성·선심성 사업은 물론 우선순위가 무시된 예산 책정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 심의하고 있다. 당연히 삭감하려는 쪽과 살리려고 하는 쪽의 신경전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답은 하나다. 편성권을 가진 집행부나 심의권을 가진 의회나 군민의 혈세가 단 한 푼이라도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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