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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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의 이해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7.01.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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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휩쓸고 있는 조류독감(AI)의 확산방지를 위해 대부분의 해넘이 해맞이 행사가 취소된 가운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잠을 줄이고 길을 나섰다. 올해처럼 선명한 새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날이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 새해 일출장소에 나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매일 뜨고 지는 해를 보러가는 것이 무슨 별스러운 일이겠냐 마는 신년 새해를 부지런한 모습으로 맞이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은 연말연시의 해를 특별하게 여긴다.

동해안의 추운 바닷가에서 또는 높은 산의 정상에서 저마다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마음속에 간직한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대체 누구한테 비는 것일까? 어둠을 뚫고 떠오르는 해가 어떤 신령스러운 기운을 갖고 있다고 믿어서 해를 향해 기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각자 믿고 있는 하나님이나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일까...동양문화권에서는 특히 해(歲)와 해(日)에 관해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이 지극히 정성을 다하면 하늘과 땅이 그 진심을 알아준다고 믿기도 한다.

아무러면 어떠랴, 장엄한 아침햇살을 마주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 새다짐을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대자연을 맞이하는 숭고한 행위인 것을. 이러한 해맞이 기원을 굳이 미신과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해마다 음력설이나 추석, 또는 기일이 다가오면 우리는 조상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연다. 음식을 정성껏 마련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차례상에서는 덕담을 주고받고 제사상에서는 고인을 추억하는 시간을 갖는다.차례나 제사라는 것이 죽은 자를 위한 의식인 것 같지만 사실은 살아있는 자를 더욱 위하는 절묘한 행사다. 각지로 흩어져 생업에 종사하는 분가한 가족들을 한 날 한 곳으로 모이게 하여 서로 얼굴을 보고 밥 한 끼 같이 먹고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즉 차례나 제사를 계기로 일 년에 몇 번은 가족끼리 모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음식을 차려 놓으면 돌아가신 조상님은 흠향해서 좋고 가족들은 실제 음식을 먹게 되어 좋으니 이것이야 말로 산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상황이 아닌가. 차례나 제사도중 몸을 굽혀 절을 올리며 돌아가신 조상님들의 신위에 대고 명복을 비는 것을 굳이 종교와 연관시키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일출을 보며 새해 소망을 비는 것을 미신이라 생각하고, 조상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을 우상숭배로 여기는 것은 올바른 사고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갖는다.

명산에 올라 고천대제를 지내며 고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고, 정월 대보름 달집에 가족의 건강을 빌며, 대문에 입춘첩을 붙이며 입춘일을 맞이하고, 한 해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내는 일등은 미신이나 종교가 아닌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전통문화의 한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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