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울음으로 희망찬 새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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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울음으로 희망찬 새해를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승인 2017.01.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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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전 박정희 독재정권 말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는 민주화 운동을 하는 민중(닭)을 탄압해도(목을 비틀어도) 민주주의는 온다(새벽은 온다)는 말이었다. 결국 그 해에 박정희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전두환 군사 정권이라는 고난의 세월을 거쳐 외형적이나마 민주주의는 정상적인 궤도에 안착했다. 21세기를 맞이해 ‘산업화와 민주화에 가장 성공한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찬사를 들을 만큼 민주주의를 위한 각종 제도가 잘 정착됐다. 이제 20세기 후반에 혹독하게 앓았던 ‘장기집권과 독재’의 홍역은 다시금 되풀이 될 수 없는 과거의 어둠으로 묻히게 됐다. 이러한 연유로 인해 지난 2016년 말기에 ‘최순실 게이트’와 함께 엄청난 시련을 겪었지만, 대한민국의 발전은 계속 된다는 국민들의 믿음이 절반을 훌쩍 넘고 있다.

예로부터 닭의 울음은 어둠을 밀어내고, 밝음의 공간인 새벽을 열어준다고 믿었다. 또한 어둠과 함께 사람 곁에서 온갖 해코지를 하는 귀신들도 물러난다고 믿었다. 이는 어둠이 ‘귀신에게 억압받는 세상’이라면, 새벽은 ‘사람들이 누리는 세상’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닭의 울음으로 연 세상은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민주주의를 참답게 실현하는 세상이다. 이것이 20세기에는 민주주의의 기본제도가 정착되는 세상이었다면, 21세기에는 조직 내 운영과정과 조직원의 의식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 실현’을 위해 존재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자유와 평등이 조화롭게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의식 속에 자유에 대한 의식이 평등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때로는 자유는 권리와 동일하게 여기고, 평등은 의무처럼 여기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러다보니 ‘내(나) 자유’요, ‘너와 평등’으로 정의해, 자유는 ‘나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평등은 ‘너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자유는 중시하되, 평등은 경시하는 경향으로 인해 민주주의라는 수레가 잘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평등의 경시 현상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일반 직장에서 사업자와 근로자의 주종(主從)관계, 상사와 부하직원의 상하(上下)관계, 일반 사회의 선후배 및 서열 관계 등이 그 예다. 아직까지 이들 관계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이라는 일방향성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초·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도덕이나 윤리 교과 내용들조차 ‘충과 효’의 개념을 내세워 일 방향적 상명하복 교육을 여전히 자행하고 있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보면, 사람들이 처음 만나면 성명과 함께 서로 나이부터 견주어 본다. 나이가 많으면 이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한 사람으로 대우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나이가 나보다 작은 데 나와 함께 어울림에 대해 존중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다. 나이순에 의한 상명하복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상대방의 인품이나 학식 등은 별개다. 찬물 한 잔을 따라도 나이 적은 놈을 시키기 위해서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이 서열이 정해져야만 그 다음에 모든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내가 ‘웃어른’이니까, ‘윗사람’이니까 대접받아야 하고, 명령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다.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특권의식’을 조장해 왔으며,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평등이야 말로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진정한 인간 존중의 근본이며, 인간 상호간에 자유로운 의사가 소통되는 통로다. 이제 우리는 그 모든 상하관계를 떠나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 가운데 진정한 평등의 개념을 찾을 수 있고, 조직 내 운영과정과 조직원의 의식 변혁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어 낼 수 있다.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아왔다. 대한민국 국민임이 부끄럽게 여겨졌던 지난 병신년(丙申年)의 상처를 깨끗이 치유하고, 우렁찬 닭의 울음과 함께 새해, 새 날의 꿈과 희망을 불 밝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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