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심’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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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재심’을 보고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7.02.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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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극장에 갔다. 이상하게도 나이 한 살 더 먹을수록 극장을 찾는 것이 쑥스럽게 여겨지고, 귀찮게 느껴졌다. 결혼 초기에는 거의 내 권유에 이끌려 아내가 따라가곤 했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오히려 아내의 권유로 나는 어쩌다가 찾지만, 아내는 내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마다할 때에도 친구들이나 딸, 아들과 함께 즐긴다. 어쩌다가 극장을 찾지만, 매번 한국영화의 장족의 발전을 느끼곤 한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영화들이 단순한 주제와 엉성한 플롯, 배우들의 밋밋한 연기력 등으로 식상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의 한국영화는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이제는 세계 시장에 진출해도 상당히 부끄럽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이번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여배우 영희 역을 열연한 김민희 배우가 2017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은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도 이를 반증해 줄 수 있다. 실제 감독과 여배우의 불륜설에 휩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신들이 ‘김민희의 연기는 관객을 깨어있게 한다’, ‘주연 배우의 연기가 놀랍다’ ‘예술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고 한다.

영화 ‘재심’은 필자의 짧은 지식 내에서 ‘부러진 화살’(2012년 개봉, 정지영 감독)과 ‘7번 방의 선물’(2013년 개봉, 이환경 감독)에 이어 법이라는 국가권력의 남용에 의해 어느 한 국민이 인권을 철저히 유린당한 사례를 보여 준 제 3탄이라고 볼 수 있다. 두 편의 전작 영화들이 관객 1천만 명을 돌파하면서 대한민국 온 국민들의 공분을 산 바가 있다. 이제 1백만 명을 넘어선 ‘재심’ 또한 전국 극장의 상연 작품 중에서 현재 예매율 1위를 보이면서 수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영화 ‘재심’에서 변호사 이준영(정우 분)은 “15년 전, 대한민국 사법부가 한 소년(조현우-강하늘 분)에게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여기에 서 있습니다.”고 외치고 있다. 우선 극중에서 국가권력을 남용하는 경찰과 검찰은 사법부가 아니라 행정부 소속이니만큼 사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법을 집행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인권을 서슴없이 짓밟았던 예가 너무나 많았던 것에 대한 공감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중등교육 현장에서 20여 년간 사회 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제자들에게 “우리나라의 민주발전사 기여도에 있어서 하루도 빠짐없이 온 국민에게 욕을 얻어먹는 국회는 50점을 줄 수 있어도, 사법부는 20점을 주기도 아깝다”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그 어떤 욕을 먹든 간에 입법부의 보루인 국회는 국민들 눈에 띄었다. 비록 손톱만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더라도 행정부의 독재에 항거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사법부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행정부의 뒷전에 물러나 앉아서 호박씨 까먹듯이 국가권력의 달콤한 씨앗만 까먹고 있었다. 그나마 20점을 주는 이유는 영화 ‘재심’에서 자신의 양심을 꺾지 않은 이준영 변호사와 같은 법조인이 간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어느 한 개인의 권력 추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기본적 권리인 인권을 지켜주고자 존재하는 사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권력 기관인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을 책임지고 지켜준다는 믿음을 확실하게 안겨 주어야 한다.

현재, 부정한 국가 권력의 남용과 그를 방치하고 뒤편에서 조장한 세력들을 응징하기 위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다. 다시금 사법부의 오심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짓밟히고, 재심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법부의 공명정대한 판결을 기다린다.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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