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상태바
결혼기념일
  • 주호창 주민기자
  • 승인 2017.02.23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혼하면 덴마크 실존주의 철학자 키엘케고르의 말이 생각난다.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보라, 결혼의 아늑함을 누리고 싶어서 괴로워할 것이다. 결혼해보라, 얼마가지 않아 깊은 권태가 밀려와 당신은 결혼으로 인해 불행해 질 것이다” 그러나 후회할 바에야 결혼하고서 후회하자고 했으며 결혼은 돈과 같이 우리 인간에게 ‘필요악’이라고 설파했다. 흔히 결혼은 ‘인륜지 대사’라고 하여 일생 중에 가장 큰일임에 틀림없다. 저도 교직에 있으면서 기억하기 좋도록 봄방학 기간인 2월22일에 결혼 일자를 정했는데 어쩌면 그런 큰일을 앞두고 심신의 단련이었나!

겨울 방학이 시작되던 1월 한 달을 병석에 눕게 되었으며 갑자기 1월15일에 아버님께서 별세하시어 상주 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신없이 장례를 치루고 보니 결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즐겁고 행복해야 될 결혼이 기쁨 반, 슬픔 반으로 허겁지겁 식을 올리고 신혼의 밀월 기간도 없이 또 하나의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마을에서 석가탄신일에 봄놀이를 가기로 했는데 전날 밤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어 놀이 갈 음식으로 초상을 차려야 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느새 숨 가쁘게 달려온 한해의 마지막 달인 12월18일에 첫딸을 출산하게 되어 한 해 동안에 인생의 진면목인 희비애락을 체험하게 되었다. 과거에 결혼은 부모가 짝을 지어주면 아무 말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 것으로 알았지만 현대는 본인들이 배우자를 찾는 자유결혼이면서 불행하게도 이혼이 많은 아이러니한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급기야 근래에는 결혼문화도 급변하여 계약결혼을 비롯하여 결혼 후 일정 기간을 살아본 뒤에 각자의 삶을 사는 졸혼(卒婚)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가 하면 황혼이혼도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만혼이나 결혼 기피 현상도 만연하고 있지만 널리 생각하면 피조물인 인간은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며 음양의 조화처럼 남녀가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행복의 원천인 것 같다. 이와 같이 사람이 태어나는 날이 생일이듯이 결혼기념일은 두 사람이 심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생일과 같은 날이 아닐까 생각된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결혼기념일이 2월22일이고 아내의 생일이 23일인가 하면 아들 내외의 결혼기념일이 2월 26일이고 아들 생일이 28일이 된다. 결혼을 하면 매년 생일이 돌아오듯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결혼기념일이 있으며 내가 주례를 한 부부들에게 결혼기념일에는 축하와 격려의 전화도 한다.

일반적으로 결혼 25년이면 은혼식(銀婚式)이라 하고 30년이면 진주혼식, 35년이면 산호혼식, 45년이면 홍옥혼식, 50년이면 금혼식(金婚式)이 되고 60년이면 회혼식(回婚式)으로 결혼의 회갑이 되는데 이제는 100세 시대이기에 회혼식을 하는 분들을 가끔 보게 된다. 그동안 혼자 살다가 결혼하여 둘이 되고 슬하에 4남매를 키우면서 30여 년간 양육일기를 써 온 것이 여러 매스컴에 보도가 되고 출판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일전에 대전 TJB(채널 5) 방송국에서 ‘기록’이란 주제로 57년간 쓰고 있는 개인일기를 오는 25일 아침 7시40분 ‘공감’프로그램에 방영이 된다고 한다. 결국 결혼은 우리네 삶에 하나의 큰 획을 긋는 것이고 결혼식장에서 한 혼인서약은 영원히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주호창<한문강사·주민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