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에서 여성의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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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에서 여성의원의 역할
  • 최선경 칼럼위원
  • 승인 2017.02.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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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홍성군 최초로 선출직 여성의원 당선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게다가 야당의원에 최연소의원이라는 영광까지 안게 되면서 남다른 각오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선거 후 끝도 없이 들었던 말은 초심을 잃지 말고 깨끗하게 홍성을 위해 일해 달라는 당부의 말씀이었다. 그동안 어려움도 많고 실망과 좌절의 순간도 많이 찾아 왔지만 역시 든든한 지원군은 주민들의 응원과 격려였다. 내가 잘나서거나 나 혼자 하겠다는 오만한 생각으로는 어떤 것도 해낼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러면서 한 가지, 기초의회에는 여성의원이 꼭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여성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많이 다르다. 남성들은 결코 보지 못하는 생활상의 불편한 문제들을 여성의 눈으로는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지방자치가 중앙정부와는 달리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생활정치 중심이기 때문에 여성들의 지방자치 참여는 꼭 필요하다. 교육, 문화, 노인, 돌봄, 주거 및 쓰레기, 환경 문제 등 지역의 고유한 현안에 대해 여성 특유의 섬세한 관심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민 스스로 해결한다’는 지방자치의 정신을 뿌리내리는 데에 여성의원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최근 유권자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추세다.
더 나아가 여성정치인이 서민, 노약자,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복지나 생활 편의시설 같은 지방자치의 실질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더욱 적합하다는 인식도 자리를 잡았다. 그 저변엔 여성정치인들의 활동결과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한몫을 더한다. 지방의원의 수준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의회 내에서뿐만 아니라 의회 밖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의정활동 역량 강화를 위한 모임과 네트워크가 늘고 있다.

여러 단위에서 진행하는 교육 및 모임에 참석해 보면 참가자 대부분이 여성의원들이다. 여성의원들은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소통과 공감’이라는 큰 무기를 통해 서로의 경험적 성과와 한계들을 나누려고 애를 쓴다. 공직사회와 시민사회가 여성 지방의원을 남성의원보다 신뢰하고 여성이 상대적으로 일을 더 잘한다고 평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젠더여성정치연구소에서 2014년 발표한 ‘여성 지방의원 의정실적과 기초의원 성별에 따른 유권자 만족도 조사보고’에 따르면 여성의원은 업무 관련 6개 분야 모두에서 남성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후한 점수를 받은 건 주민을 응대하는 자세를 따지는 대응성 분야로 ‘문제를 알았을 때 기꺼이 도와주려 한다’는 항목에서 부정적 평가가 여성은 19.5% 나온 반면 남성은 27.9%나 나왔다.

어찌 보면 그동안 문제가 되어 왔던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은 ‘관계’에서 생겨나는 나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술자리 정치, 밀실 정치, 패거리 정치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되었고, 그 자리에 소외된 여성들은 ‘정치에 잘 맞지 않는다’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정치를 해야 깨끗해진다’라는 당위성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여성의원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부하고 발로 뛰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지역구 민원 해결에 있어서도 일 중심, 이슈 중심이다.

남성의원들이 사람을 만나 술 마시고 밥 먹으면서 문제를 인식하고 논의한다면 여성의원들은 접수된 민원을 정책 중심으로 고민하고 간담회를 제안하는 방식을 택한다. 가령 장애인 관련 조례가 필요하다면 장애인 단체와 간담회를 조직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다. 여성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기존의 개인적인 인맥을 중심으로 굴러가며 많은 부작용을 양산해 냈던 정치권을 일과 정책 중심으로 바꿔내고 이를 통해 보다 공식적이고 투명하게 정치를 할 수 있다고 감히 주장한다. 7대 의회를 기준으로 전국 2878명 기초의원 가운데 여성은 610명으로 21.2%에 그친다. 8대 의회엔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해 각 정당에서 말하는 여성의원 할당 30% 목표치를 꼭 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선경<홍성군의원·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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