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애’라고 하는 ‘갈색거저리’ 맛보실래요?
상태바
‘고소애’라고 하는 ‘갈색거저리’ 맛보실래요?
  • 박승규 칼럼위원
  • 승인 2017.03.02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봄 “식용 곤충 어떻게 키우는지 안내 해 줄 수 있습니까?” 하는 전화를 몇 통 받은 적이 있다. ‘청소년 탐구 토론대회’ 주제가 식용곤충에 관한 주제라서 안내를 받기 위한 문의 전화였다. 다행히 십여 년 전부터 식용곤충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현미경 촬영을 하기도 하고 행동 특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었기에 반갑게 맞이해 정보를 나눌 수 있었다. 방문 하신 부모님들께 볶은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를 먹어 보시라고 권했더니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게 웃었던 기억도 있다. 사실 어른들에게 식용 곤충은 견디기 어려운 명제이기도 하다. 애벌레하면 어릴 적 송충이 잡던 기억이 각인되어 있기도 하고, 주로 해충을 본 경험이  많기에 애벌레를 만져보고 먹어 보라는 것은 사실 견뎌 내기 힘든 일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요즘 식용곤충이 언론에 자주 소개 되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정식 식품 원료로 허가를 했고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 미래 단백질 공급원으로 식용 곤충을 권장하면서이다. 식용곤충에는 100g 당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나 돼지고기 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고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이 대부분일 뿐만 아니라 사육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무시할 정도로 미량만 나오고 생산과정에서 사용하는 먹이는 주로 밀겨와 같이 사람이 식량으로 사용하지 않는 농업부산물을 사용하고 좁은 장소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소한 애벌레라고 해서 고소애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갈색거저리의 행동 특성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아주 재미있다. 장수풍뎅이나 흰점박이꽃무지의 애벌레는 기문(숨을 쉴 수 있는 장치)이 머리 쪽에 1쌍 배 분분에 8쌍이 있는데  이 기문은 기름기가 있는 털이 많아서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도 기문으로 수분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 줄 수 있어서 습도가 70% 되는 환경에서도 잘 살 수 있지만 갈색거저리의 기문에는 수분을 막아줄 수 있는 털이 없이 아주 매끄럽게 생겼기 때문에 수분이 있는 환경에서는 살아 갈 수 없다. 기문에 털이 없으면 빛이 있는 환경에서 피부가 빨리 건조해 지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지 못한다. 따라서 빛이 들어오는 창문은 빛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커튼을 쳐야 하고 형광등과 같은 불빛은 작업 후 바로 차단해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사육에 사용되는 먹이는 주로 밀겨가 사용되지만 1주일에 한 번은 어린 병아리사료와 같은 영양 성분이 높은 혼합 곡물을 주면 잘 자란다.

갈색거저리 애벌레의 행동 특성을 잘 살펴보면 참 이상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빛이 있는 환경에서는 사육용기의 가장 자리만 맴 돌기도 하고 먹이인 밀겨 속으로 들어가 숨지 않고 모두 밀겨의 윗부분에서만 살고 있다. 휴지를 다 쓰고 남은 두꺼운 종이 통을 거저리 사육 용기에 넣어 주면 애벌레들이 모두 종이 통 속으로 들어가 숨기도 한다. 배추나 사과처럼 수분이 많은 채소를 주면 모두 한꺼번에 모여들어 수분을 먹는 모습은 아주 장관이다. 수분을 공급하지 않으면 서로 잡아먹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다. 큰 애벌레가 작은 애벌레를, 이동하지 못하는 번데기를 잡아먹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다. 애벌레가 많은 사육용기에 손을 넣으면 잠시 밀겨(먹이) 속으로 숨었다가 바로 먹이의 상층부로 올라온다. 더 이상한 것은 먹이 위에 넓은 배추 잎을 올려 주면 아주 잘 먹지만 그 이후엔 이유 없이 죽은 애벌레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배추의 수분이 애벌레의 기문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런 갈색거저리 행동 특성 모두는 애벌레 기문에 수분을 막아낼 수 있는 기름기가 있는 털이 없기 때문이다. 갈색거저리를 사육할 때 빛을 막을 수 있도록 창문에 커튼을 달거나 형광등은 작업 후 빨리 꺼 주는 것만으로도 애벌레가 이유 없이 죽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거기에 먹이 위에 배추 잎과 같은 수분을 올려 주기 보다는 깨끗한 종이를 깔아 주고 종이 위에 배추잎을 올려 주면 수분이 직접 먹이 위를 적시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손사래를 치며 고소애 애벌레를 먹지 않겠다고 하던 자모님께서 애벌레 몇 개를 먹어 보고는 바로 표정이 밝아지며 “어, 건새우 맛나네! 하시며 한 주먹 잎에 털어 넣던 모습이 눈앞에 선 하다. 분말로 만든 고소애 애벌레를 된장찌개나 샐러드 등에 넣어 먹거나 빵 반죽 속에 넣어 먹으면 아주 감칠맛이 나서 먹기도 좋은 식품원료이다. 건새우맛, 새우깡 맛이 나는 고소애 애벌레를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해 보면 어떨까? 건강에 아주 좋은 식품원료이니.   

박승규<내포곤충학교·칼럼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