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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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과 여행
  • 조남민 주민기자
  • 승인 2017.03.1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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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觀光)은 좋은 빛을 보러 다닌다는 뜻이다. 좋은 빛은 좋은 풍경에서 나오는 것이고 좋은 풍경은 이미 많은 사람에 의해 검증이 된 좋은 장소일 것임으로, 사람들은 소위 관광지(觀光地)라는 곳에 대해 무한한 동경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삶의 신산(辛酸)함으로 관광의 실천은 요원하고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서민들의 모습이다.

때문에 제대로 된 해외 관광길에 한번 나서려면 비장한 각오로 다달이 경비를 모으는 계모임에 들거나, 자손들 눈치 보며 칠순잔치 때 까지 주구장창 기다리는 방법도 있으며, 드물기는 하지만 복권에 당첨되는 막연한 방법도 있다. 그리하여 럭셔리한 의상에 선글라스를 끼고 두툼한 캐리어 가방을 끌며 깃발 든 가이드가 이끄는 일류 호텔로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반면, 여행은 좀 더 비계획적이어도 좋다. 여행(旅行)은 나그네 되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것을 말하기에 특별한 계획 없이도 길을 나설 수가 있다. 물론 예전처럼 산속에서 길 잃은 나그네가 마구간에서 하룻밤을 청하는 그런 식이 아니라, 주로 학생들이나 알뜰 여행족처럼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기저기를 답사하듯 둘러보는 자유로운 일정을 갖는 나들이가 여행의 본질에 가깝다. 

인터넷의 발달로 여행지에 대한 각종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수많은 커뮤니티로부터 따끈따끈한 현지정보를 얻게 되면서부터 패키지 관광이 아닌 자유여행일정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에 관한 책이라든가, 곳곳에 숨어있는 다양한 여행지, 여러 맛 집을 찾아가는 다양한 TV 프로그램들이, 항상 방에 누워 휴일을 보내던 사람들의 역마(驛馬) 본능을 일깨우고 있다.

특히, 올해는 5월과 10월의 제대로 된 황금연휴가 대기하고 있어 수많은 직장인들을 여행의 길로 유혹하고 있다. 사실 낯선 곳의 여행이 그리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다는 것을 몸소 체득하게 되면 마음이 편해지며 여행의 눈이 열리게 된다.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도 지킬 것만 지키면 안전하고, 치안이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술 마시고 밤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조용필-‘여행을 떠나요’) 가도 좋고, ‘허름한 가방 둘러메고 길을 나서면 맑은 하늘 맑은 웃음이 나의 것이네 콧노래를 부르며 떠나는 길이니 외로움쯤은 웃으면서 날리며’(김홍철-‘여행’)가도 좋고,
‘발길 따라서 걷다가 바닷가 마을 지날 때 착한 마음씨의 사람들과 밤새워 얘기’(이광조-‘나들이’)해도 좋다. 떠날 수 있을 때 여행을 떠나보자.

관광은 돈 쓰러 가는 것이고 여행은 배우러 가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여행을 다니면 철이 일찍 들고 돈에 관한 경제관념도 빨리 생기며 생각이 무한대로 커져 남에 대한 배려와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젊다는 뜻이다.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가 아니라 가슴이 떨릴 때 떠나야 한다. 입춘이 지났다. 봄바람이 일고 있지 않은가? 일단 뜨고 보자.

조남민<홍성문화원 사무국장·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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