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밀착형 조례 발굴 애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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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밀착형 조례 발굴 애써야
  • 최선경 칼럼위원
  • 승인 2017.03.2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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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의 역할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의결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결산 심의 등을 통한 행정 감시자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조정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방의원 본연의 역할은 바로 입법 기능을 갖는다는 점이다. 자치입법인 조례의 제정, 개정 및 폐지에 대한 의결권을 통해 의원에게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할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조례안을 발의하는 영역이 주민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주민들이 무관심하다. 조례 제정의 영역은 지역개발에서 환경, 복지, 문화, 관광 등으로 다양하다. 점차 지역의 특성과 여건을 반영하고 주민생활과 밀접한 분야로 넓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막상 의원이 되고 나서 조례를 만들다 보니 현실적 장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깨닫는다. 법 제정에 있어 아무런 제약이 없는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원들의 조례 제정과 개정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4조는 “시·군 및 자치구의 조례나 규칙은 시·도의 조례나 규칙을 위반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지방자치단체는 법이나 령, 상급자치단체의 조례나 규칙에 위반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없다는 얘기로 지방자치를 제대로 구현하기엔 너무 과도한 제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홍성군 가축사육 제한구역 조례’를 개정하면서 축산 악취 등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더 강하게 제한구역을 두고자 했지만 상위법을 벗어난 조례를 고칠 수 없었다.

이처럼 상위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에 맞는 창조적인 조례를 제정하기란 참 어렵다. 지난 3년여 의정활동을 돌아보면서 조례 제정과 관련해 두 가지 문제점을 고백하고자 한다. 하나는 실적을 쌓기 위한 조례 제정이다.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지방의원들의 조례 발의 건수를 의정활동의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삼다보니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 실효성 없는 조례를 만들기도 한다. 상당수 다른 지자체 조례를 베끼거나, 상위법 개정에 따른 간단한 조문 개정에 맞춰 기존 조례의 글자 몇 자 바꾸는 식으로 발의 건수를 채우는 경우다.

지방의원은 법률 제정이 중심인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과는 달리 법적인 제약과 생활밀착형 현장 의정활동 등으로 인해 단순히 조례 제정 건수로 평가하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본다. 조례 발의 건수도 중요하지만 지역에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조례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의회 차원에서 조례연구회를 만들거나 다른 시·도의 좋은 조례를 벤치마킹 하는 등 공부하는 의회의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또 하나는 지자체장이나 의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조례안을 제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새마을운동, 바르게살기, 자유총연맹 등 특정 단체를 위한 조례, 참전유공자 지원 조례 등이 그 예에 해당한다.

2015년 개정된 지방재정법에는 단체 설립·운영비에 대한 명시적 근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운영비를 시·군비 등의 보조금으로 교부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지원 사업을 명문화하는 조례 제정이 이뤄지고 있으며, 여전히 몇몇 단체로부터 보조금 지원과 관련한 조례안 제정 요구를 받고 있다. 군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고려하지 않고 특정 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특혜를 주기 위한 조례안 제정은 의원들 스스로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심성 조례 발의에 대한 대책으로 예산이 많이 소요되거나 특정지역 또는 특정계층에 수혜가 예상되는 조례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지역주민, 관계 전문가 및 집행부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거치면 좋을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부끄럽지만 반성의 시간이 됐다. 단 한 건의 조례를 만들더라도 스스로 연구하고 노력하여 지역 맞춤형 조례를 탄생시킬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역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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