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돌아보는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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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돌아보는 선비
  • 이현조 주민기자
  • 승인 2017.03.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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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폭언, 폭행, 부정부패. 근래 우리 사회의 키워드이다. 이러한 행태로 인한 우리의 인내 또한 한계를 넘은 지 오래다. 그 결과 이제는 사소한 마찰로도 싸움이 된다. 말 한마디만으로 싸움의 불씨가 된다. 이러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와 이웃 사이에, 친구와 동료 사이에도 불화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문화재활용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빈번하고, 민감하게 느껴진다. 필자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인내의 끈을 놓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내가 수양이 부족한 탓이다’하는 반성과 함께 새삼스레 선비들을 떠올린다. 선비들에 대한 존경심이 솟구치는 대목이다. 이 시대에 서서 돌아보니 끊임없이 자신을 인내하고, 덕을 행한 선비들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실감하게 된다.

공자로부터 시작된 유학은 요(堯) 임금과 순(舜) 임금이 덕으로 천하를 다스렸다는 태평시대, 즉 요순시대를 치세(治世)의 이상향으로 삼고 있다. 선비들의 필수과목은 문·사·철(文·史·哲)이다. 이 중에서 철학에 해당하는 경학(經學)은 학문의 핵심이었다. 경학이란 유학에 포함돼 있는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다. 우주만물을 바라보는 일관된 기준인 이기론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세계를 이해하는 우주관과 인생관의 차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역사(歷史)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경학과 역사의 관계를 경경위사(經經緯史)로 이해했다.

경전의 진리는 세상이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날줄인 경(經)으로 이해하고, 역사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므로 씨줄인 위(緯)로 이해하는 것이다. 수기 단계에서 수신의 문제는 소학(小學)으로 해결했다. 성리학에서 어린아이의 수신 교과서로 채택한 이 책은 인간이 지켜야할 기본예절을 담고 있다. 어려서 예절을 충분히 익혀야 커서도 자연스럽게 예절을 행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소학이 아이들의 필수 교과서였다면, 대학(大學)은 치인 단계에서의 기본 교과서였다. 격물지치(格物致知), 성의정심(誠意正心), 수신제가(修身齊家),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로 표현된 대학의 8조목은 선비가 밟아 나가야할 필수 단계이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인문학은 모두 이 안에 있다. 다시 말해 요즘 혼탁한 사회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가 인문학을 통해 추구하는 인간상이 바로 선비의 표상과 통한다.

선비는 시류(時流)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기회주의를 용납하지 않았으며, 선비의 지조와 절개는 선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기준이다. 따라서 의리(義理)와 명분(名分)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의리를 지키되 인정(人情)과 조화시키려 애를 썼다. 의리만을 따지면 삭막해지기 쉽고, 인정만을 베풀면 기준이 없이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생을 통해 공부하고, 배우며, 배운 바를 실천하고, 반성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 닦았다. 그렇게 자신을 인내하여 평화롭고 인정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선비정신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가장 고결한 정신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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