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너’는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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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너’는 보기 좋다
  • 한학수 칼럼위원
  • 승인 2017.05.16 09:4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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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서야 한다는 교육 프레임에 갇혀 의지할 데 없고 기댈 곳 없으니, 그들은 자구책으로 또래집단이나 이익단체에 들어간다. 나가서 잘 되면 진보고 머뭇거리거나 꺾이면 퇴보다. “나는 내가 지킨다”, “스스로 자기 자신의 스승이 되라” 하며 홀로서기 모델처럼 자란다. 노력이 낳은 결실의 짙은 향기, 시대를 살아내는 젊은이한테 그런 내음을 기성세대는 요구한다. 미래의 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견딤을 체험한다. 그가 바로 청년이다. ‘아비정전’을 연출한 왕저웨이 감독은 “무엇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한 때는 없다”고 했다. 인생에 완성이 있다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그 자체 아니겠는가.

청년은 격동의 세월 속에서 외롭지만 장렬히 역사에 가담했다. 누군가의 작고 따뜻한 손은 연민으로 그들을 감싸주었다. 젊음은 울거나 절망할 틈마저 없었다. 좋은 것을 얻으면 먼저 이웃과 같이 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시대 아름다운 꼴찌는 4차 산업혁명과 맞닥뜨리는 현대사회에 되레 많이 생겨났다. 물론 사회적인 등수로 인생의 가치마저 매길 수는 없을 테다. 스펜서 존슨의 책 ‘행복’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필요한 것은 하고 원하는 것은 하지 마라”고 말이다. 청년이 펼쳐나갈 시대정신이 아닌가 싶다.

참정권을 행사할 나이 쯤, 청년은 더욱 외롭다. 책임 있는 의사표시를 하려고 하니, 나의 주관성은 기성세대가 내세운 프레임에 길들여져 있다. 누가 ‘follow me’를 말하는가, ‘with me’를 말하는가. 판단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작금의 현실은 모두가 통렬히 반성하며 함께 새로운 역사를 써야할 때 인데 말이다. 역사적으로 오월엔 좋은 일도 많다. 한편으로는 너무 슬퍼서 눈물이 안 날 처절한 외침도 있다. 우리는 역사 현장에서 형, 누나들이 자지러지며 절규하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우리 사회의 밑바닥 삶을 산 이들 가운데 일류의 삶을 산 자들이다. 그들은 역사 속에 여전히 자라는 멋진 청년이다. 이 시대의 젊은이는 그들의 목소리를 과연 듣고 있는가.

청년은 침묵, 사색으로 유니크한 자신을 만들어야 한다. 뜻을 세워 확고하게 키워가야 한다.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역사를 되짚어 봐야 한다. 현실의 대상을 정확하게 응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명확한 태도가 분출되기 때문이다. 정약현은 자신의 방에 “수오재(守五齋)”라고 써 붙였다고 한다. 나를 지키는 방이라는 의미다. 그의 동생 정약용은 ‘수오재기(守五齋記)’에서 자신을 지키고 보전하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유독 이른바 ‘나’라는 것은 그 성질이 달아나길 잘하며 들고남이 무상하다. 잠깐이라도 살피지 않으면 가지 못하는 곳이 없다. 그러니 ‘나’처럼 잃기 쉬운 것이 없다. 굴레를 씌우고 동아줄을 동이고 빗장으로 잠그고 자물쇠를 채워서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촌철살인의 경구(警句)다.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더라도 그릇된 욕망을 다스리며 뚜벅뚜벅 묵묵히 걸어 바로 서는 모습이 이 시대를 사는 청년답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항상 그들의 현 위치는 그들의 환경 때문이라고 탓한다. 나는 환경을 믿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출세한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원하는 환경을 찾는 사람이다. 그들이 원하는 환경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그들이 원하는 환경을 만든다.” 환경을 탓하기 전에 문제를 나에게서 찾고 버거운 삶과의 투쟁을 이겨내면 늘 두근거리는 삶을 살 수 있다. 운명은 인내하고 노력하는 사람을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두려워하지 말고 해보는 것이다. 청년의 주관성이 바로 서 있다면 뭐 하나라도 허투루 할 수 있겠는가. 성철스님은 “밥은 죽지 않을 정도만 먹고, 옷은 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면 됐고, 공부는 밤을 새워서 하라”고 말한다. 거미줄도 모으면 사자를 묶는다고 한다. 서로 기대고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그대가 있길 바란다. 명심하라! 수많은 ‘그들’과 너는 확실히 다르다.

한학수<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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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냥 2017-05-19 09:06:33
가슴에 박히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2017-05-17 10:49:30
좋은글,, 잘 봤읍니다,,^^,,,

키위 2017-05-16 11:26:04
멋진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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