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러닝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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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러닝의 마술
  • 이원기 칼럼위원
  • 승인 2017.06.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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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년 경이면 인간은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거나 잘못되면 인조인간(AI)의 노예로 전락하거나 최악의 경우 인조인간에 의해 멸절될 수도 있다는 말은 이제 호사가들의 한담으로 돌릴 수만은 없는 시대가 됐다.
MIT 출신의 컴퓨터 전문가 레이 커즈와일 (Ray Kurzweil)은 2045년 무렵을 ‘인공지능’이 모든 면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시기, 즉 ‘특이점 (singularity)’으로 보고 있다.
헨리 마크램(Henry Markram)은 2009년 옥스퍼드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인간의 뇌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으며 우리는 이 일을 10년 안에 해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고, 2023년까지 인간의 뇌 전체를 완벽하게 시뮬레이션(복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레이 커즈와일도 1998년 이전에 인공지능이 서양장기 챔피언을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로 1997년에 IBM 슈퍼컴 딥블루가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물리쳤다.
그러나 제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 할지라도 체스보다 훨씬 복잡한 두뇌작동을 요하는 바둑에서는 인간을 이길 수야 있겠는가 하는 인간들의 호기어린 자존심은 알파고가 이세돌과 커제를 연파함으로써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들의 인식에 일대 충격을 안기고 말았다.
이쯤에서 우리는 그동안 과학으로 입증이 안 돼 철학이나 종교적인 측면으로 돌려놨던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해봐야 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혼은 불멸인가? 그렇다면 유령을 보거나 귀신을 믿는 일 따위는 타당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다.
혼(魂)은 무엇이고 백(魄)은 무엇이며, 의식은 무엇이고 인정(人精)은 어디서 무슨 작용으로 인해 생기는 것인가? 어찌해 인간은 슬픔을 느끼고, 슬프면 눈물을 흘리는가? 많은 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우울증은 무슨 연유로 생기고 발전되는가? 이들 중 상당부분은 오랜 세월 많은 노력으로 해명되거나 해결책이 나오고 있으나, 기계에도 인간의 두뇌에서처럼 뭔가 의식 비슷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점에 대해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기계에 뭔가 인간의 의도를 입력시키고, 그에 필요한 자료를 주입시킨 후 계속 반복학습 시키면 결국은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되는 무생물인 기계가 말귀를 알아듣고 인간이 요구할 때 대답 혹은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니 컴퓨터가 출현하기 이전 세계 즉, 1920년대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이를 본다면 기철초풍할 일이 아닌가?
암튼, 조만간 ‘특이점’이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니 우리는 세상에 의식이나 의도 따위를 지닌 존재는 인간뿐이라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는 사고방식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 ‘생각’은 그 모든 것을 가능케하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바른 마음으로 생물, 무생물, 너, 나 없이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가슴에 새길 일이다. 그리고 기계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공부가 계속되면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가 학습하고 깨우치는 순간이 온다는 이미 입증된 사실을 잊지 말아야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거나 인간이 만든 기계로 인해 멸종되는 비극은 없을 것이다.
“뇌가 있기 전에 우주에는 색깔도 소리도 없었고, 맛도 향기도 없었다. 감각도 없었고, 느낌이나 감정도 없었다”고 로저 스패리(Roger W. Sperry)는 말한 바 있는데, 이제 인간은 그 복잡한 자신의 뇌까지 완벽하게 복사해내는데 그치지 않고 더 뛰어난 기계뇌를 만들려는 의욕에 불타는 미증유의 시대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딥 러닝의 위력을 모르면 인류는 신이 되기는커녕 멸망당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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