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마귀 알주머니 찾아 1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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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마귀 알주머니 찾아 100km!
  • 박승규 전문기자
  • 승인 2017.07.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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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 박승규의 곤충 이야기<3>
1.곤충의 신경세포 구조. 2.사마귀의 짝짓기. 3.왕사마귀 알주머니.

며칠 전 그토록 기다리던 단비가 소나기가 돼 내리던 날 갑자기 쏟아진 빗줄기에 하수가 메이지나 않나 해서 하수구 정리를 하다가 물에 흠뻑 젖은 왕사마귀 알주머니가 물에 떠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필자와 사마귀의 인연은 약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29년 전 어느 추운 겨울의 일이 떠오른다. 당시 인터넷이 발달 하지 않은 시절이었고 이렇다 할 참고 서적이 없었기에 곤충 연구를 하려면 발로 뛰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교사이었던 필자는 학생들이 채집 해 놓은 사마귀 알주머니에서 애벌레가 쏟아져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너무 신기해서 사마귀 연구를 시작했었다. 

연구를 시작하고 보니 우리나라 사마귀 종이 왕사마귀, 사마귀, 항라사마귀, 좀사마귀 이렇게 4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각각의 사마귀 종별로 알주머니를 어떻게 만드는지 조사를 시작했는데 다른 종의 알주머니를 모두 채집했지만 왕사마귀 알주머니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 대전대학교 남상호 교수께서 “대전 세천유원지“ 부근의 하천 석축에 가 보면 왕사마귀 알주머니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시외버스를 타고 ‘왕사마귀 알주머니 찾아 100km’를 달려 세천 유원지에서 왕사마귀 알주머니 10여개를 채집할 수 있었다.

당시 얼마나 기뻤던지 얼음이 깨져 발목까지 물에 젖어 시려오는 한 겨울의 한기는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어렵게 채집한 왕사마귀 알주머니였지만 이듬해 봄 우리 고장의 야산에서 어렵지 않게 왕사마귀 알주머니를 발견 할 수 있었으니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왕사마귀는 알에서 태어난 전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애벌레가 된 후 정확하게 1주일 단위로 7차례 허물을 벗고 성장해 갔는데 6차례 허물을 벗으면 등의 날개 부위가 선명 해 지고 성충이 될 때 날개 부위에 접혀 있던 날개가 활짝 펼쳐져 긴 날개가 되는 모습은 참으로 신기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사마귀의 짝짓기였다. 짝짓기 시간이 7시간 정도 길게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의 암컷은 수컷의 머리 부분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암컷이 짝짓기 도중 수컷을 먹는 이유는 7시간 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짝짓기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단백질 보충이 필요한 원인도 있겠지만 또 다른 이유는 수컷의 뇌에는 짝짓기 하면서 대를 이어 가라는 명령과 잡아먹으려는 암컷으로부터 도망가라는 명령이 전달된다고 한다. 이런 두 가지 명령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암컷이 짝짓기를 완벽하게 수행하려고 짝짓기 도중 수컷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수컷을 잡아먹고 나름 완벽한 짝짓기를 수행하는 것이니 사마귀의 짝짓기 과정은 진정 살벌하기 까지 한 것이다.

이런 짝짓기 과정에서 암컷에게 잡아 먹혀도 짝짓기가 가능한 것은 곤충에게는 신경절(ganglia) 이라는 신경뭉치가 온 몸에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곤충마다 다르지만 보통 가슴에 3개, 배에 6 내지 8개의 신경절을 가지고 있어서 이 신경절이 모두 죽을 때 까지는 짝짓기가 가능한 것이다. 

사마귀 수컷도 짝짓기보다 우선 살아야겠다는 본능이 앞설 테지만 한 편으로는 수컷으로서 대를 이어야 하겠다는 자연의 섭리를 어찌 거역할 수 있을까? 이런 자연의 섭리가 죽음 앞에서도 나름 의연한 사마귀 수컷의 짝짓기가 가능한 것은 아닐까?

박승규 전문기자<내포곤충학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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