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들이, 홍성의 대중문화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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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들이, 홍성의 대중문화를 생각한다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7.08.1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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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은 역사와 자연이라는 환경과 삶을 담고 있다.

그래서 지역마다 음식과 말투가 다르고 특유의 노랫가락과 춤 등이 발전되어 왔다.

인문학은 유무형의 문화재를 통해서 그곳에서 영위되어진 삶들을 파악한다. 우리 홍성이 위치한 곳은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 들어온 포구가 발달되어서 내포라 부른다. 세상에 태어난 것은 무엇이 되었든 이름을 가진다. 하지만 그 이름이 오랫동안 널리 회자되고 유지되는 것은 특별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

홍주(운주)는 왕건의 고려건국에 큰 역할을 했고, 공민왕5년 홍주출신의 태고보우가 왕사가 되면서 목(牧)으로 승격되어 경기와 전라를 연결하는 22개 군현의 중핵으로 성장해 왔다. 내포지역 합덕제는 후백제 견훤이 군사를 위한 둔전을 개간하고 저수지를 만들 만큼 간척사업의 역사는 오래되었으며, 현재 농경지로 사용되는 절반가량의 땅이 이에 해당한다. 다시 말하면 간척사업에 따라 지역경제가 달라졌고 경제의 흥망성쇠는 사람들 삶의 형태를 바꾸어 왔다는 것이다.

내포지역 과거급재(생원진사) 통계를 보면 16세기부터 드물게 나타나다가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 후반까지 급격히 늘어난다. 이 시기는 본격적인 간척사업으로 농업생산력이 증가했고 서울에 살고 있던 제경사족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음을 말한다. 이후 산업사회로 이전되면서 농업경제의 붕괴는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내포지역에서의 ‘충청도양반문화’는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약 200년 사이에서 읽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외에 홍성은 바다를 통한 중국과의 교역로에서 나타나는 흔적들이 남아 있다. 여기에 더하여 남당학연구소 손세제는 홍성은 밀물과 썰물을 이용하면 개경과는 12시간, 한양과는 반나절 거리에 있고, 천안을 거쳐 내륙으로 진출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따라서 군사, 경제, 문화교역 통로서의 역할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이어준다. 그래서 지역문화예술은 그 고장의 역사와 환경을 토대로 발전되고, 현대라는 그릇에 고유성과 특성을 담아내어야 한다.

너나들이는 이와 같은 입장에서 홍성과 인접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지역특색을 가지는 문화예술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2009년에 설립된 단체다. 현대사회는 개인과 개성을 존중하지만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단순과 획일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부정 할 수 없다. 유행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상업자본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흐름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살고 유행을 따르면 손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유행은 동일한 제품을 많이 팔수 있는 원인을 제공하고 도시집중은 여러 곳의 판매처를 둘 필요가 없어 효율을 극대화시킨다. 대중문화는 이 같은 자본의 논리에 철저히 이용된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선망되는 아이돌그룹은 상업자본인 기획사에 의해서 길러지고 그 영향은 사회전반을 휩쓸고 있다. 초중고학생들이 참가하는 청소년음악경연대회는 섹시댄스가 주종을 이룬다. 이렇다보니 당연해야 할 동요가 찬조출연을 하고 그것이 생경한 구경꺼리가 되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국민오락프로그램이라는 ‘전국노래자랑’에는 90세의 사회자와 유치원생이 농담을 하고 매스컴은 신동이라며 구경꺼리로 만든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손과 어른들의 무관심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꼭 그시기에 만 가능한 아름다운 목소리와 예쁘고 깜찍한 동작들을 박탈해 버렸다. 여기에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공영방송들의 합세로 시대의 흐름이 되었고, 관(官)주도의 문화예술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공부보다 노는 것이 재미있다. 대중들은 깊은 고민 없이 흥미, 재미,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상업예술에 모여들기 마련이고, 인기와 실적을 먹고사는 정치, 행정, 자본가들은 그것을 놓칠 리 없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을 무조건 탓 할 수는 없다. 다만 이 같은 사회흐름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축제의 관객유치가 지역경제 활성이며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이렇다 보니 자랑스러운 고장의 이름을 내걸고 ‘각설이공연’을 주제로 하는 축제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크고 작은 행사에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미리 말하지만 각설공연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우리들의 문화인식을 돌이켜 보자는 것이다. 각설이의 차림새와 늘어놓는 사설들은 대체로 남녀의 사랑이나 성을 주제로 하는 것으로 점잖지 못하다. 사랑과 성은 인류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유지되는 첫 번째 일이니 그리 탓 할 것은 못된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와 세대 구분 없이 대중들이 함께 즐길 만 한 것은 분명 아니다.

많은 학교들이 명문임을 내세우며 동창회행사를 한다. 총동문회는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시아버지, 아주버니, 형수, 재수, 며느리, 사위, 사돈, 형, 아우, 아들, 딸 등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음담패설이 난무하는 각설공연에 함께 웃고 박수치는 현상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동네축제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연배의 행사에서는 아무런 허물이 없는 것도 세대가 함께 할 때는 감추고 구분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대중문화가 어떤 모습이든 간에 공급자인 문화예술 종사와 소비자인 대중들 간에 일어나는 일이다.

문화예술인들도 직업인이다. 직업은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을 키우며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경제활동이다. 그래서 목숨 명(命)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인간이 목숨을 이어가는데 만 만족한다면 그것은 짐승과 다를 바 없다. 이성은 생존이외의 다양한 것들을 발전시켜 왔으며, 그것들을 문화예술이라 한다. 하지만 명(命)이 없이는 무엇도 만들어 낼 수 없으니 ‘바르게 살아가는 것’을 직업이라 한다. 사기, 강도, 도둑 등을 직업이라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이런 연유다. 도둑놈 심보를 가지면 무엇을 하더라도 도둑일 뿐이다. 겉으로 심보가 쉽게 들어나지 않고, 현대사회는 명보다 자본에 충실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명을 따르면 인생을 얻고, 자본을 따르면 탐욕에 빠진다. 이것은 일반상식이지만 정작 지키기는 어렵다. 이렇다보니 문화예술 종사자들 역시 명 보다는 자본을 따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앞서 말했듯이 너나들이는 지역의 특색을 담아내는 문화예술을 만들어내고 명을 따르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이 되기를 서원한다. 지난 7년을 돌이켜 보면 열심히는 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그러나 뜻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광복절을 맞이하여 8월 14일 열리는 ‘8.15광복절경축음악회’는 이러한 마음을 담아 7번째로 준비하는 행사이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유명인)누가 오는데?”라고 묻는다. 적어도 지역의 문화예술이 자리 잡으려면 지역민들이 지역예술인들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공연 때 마다 겪는 기획자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너나들이 회원들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한 달에 두 곳 어르신들이 계시는 요양센터 정기 위문공연을 한다. 최소한의 음향장비를 준비해야하고 각자의 생업이 있는 분들이 한 달에 두 곳 이상의 복지시설을 다니며 공연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프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위 돈이 되는 축제에는 소외되거나 찬조출연을 해야만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지역의 각종 시설과 요양센터 등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내 부모 내 형제들이다. 그분들을 찾아다니며 일 년 내내 공연이라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정작 고마워해야할 지역민들이 외면하고 지자체에서 소외시키는 현실은 너무나 가슴 아프다. 아무리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봉사활동은 남모르게 하는 것이라지만 지역예술인들은 혼자서 삭혀야 하는 애환을 가슴에 안고 산다. 그렇다고 누굴 탓 할 수도 없다. 1년에 3번 ‘너나들이 정기공연’에서도 누굴 출연시킬 까는 고민꺼리가 되니 말이다.

해결방안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만들어서 라도 지역의 축제에 일정부분을 지역예술인들에게 할당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큰돈을 들여 만든 멋진 무대에서 지역예술인들이 맘껏 끼를 펼치고 실력함양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민들은 지역의 소외된 곳과 시설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지역예술인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예산이 부족하여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프로가 아니라 재미는 덜 하겠지만, 지역예술인들의 노력과 열정에 지지를 보내주고 기회를 제공해준다면 지역의 역사와 특색을 담아내는 문화예술이 더욱 발전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8월 14일 광천문예회관에서 열리는 ‘8.15광복절경축음악회’에 많은 격려바라며, 끝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노력하시는 지역예술인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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