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관 만드는 광고물 제작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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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관 만드는 광고물 제작자가 되고 싶어요”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9.0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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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을 잇는 청년, 청년CEO, ‘농촌에서 삶의 가치를 찾다’ <5>

㈜미경사 이승환 대표
아름다운 경관을 뜻하는 ‘미경사’ 이승환 대표가 작업하는 모습.

요즈음 우리는 광고물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디를 나가도 현수막이 걸려 있고, 눈을 들어 보면 가게 간판과, 밤이 되면 번쩍거리는 네온사인까지 우리의 눈은 쉴 틈이 없다. 한편에서는 불법광고물을 제거하는 손길도 있다. 전봇대에 붙어 있는 작은 광고전단지를 떼고, 신고가 되지 않았거나 기간이 한참 지난 현수막을 부지런히 내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마치 붙이려는 자와 제거하려는 자의 숨바꼭질을 보는 것 같다. 아버지 이완순 씨의 가업을 이어 옥외광고물, 창호, 간판, 현수막 등을 제작하는 40년 역사를 가진 ㈜미경사 이승환 대표(39)는 광고물의 홍수가 반가운 사람 중 하나다.

“제가 알기로는 유럽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는 현수막 사용이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아요. 현수막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니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아요.”

아버지 이완순씨는 극장 간판 그림 그리는 일로 이 일을 시작했다. 이대표가 어릴 적 가장 많이 한 일이 아버지에게 페인트를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손과 옷에는 늘 페인트가 묻어 있었고, 그 모습이 싫지 않았다.

“저는 사실 게임 디자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미술부에 들어갔는데 뭐 꼭 아버지 영향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게임 디자인의 꿈은 접었다. 2002년 군 제대 후 가게 인력을 구하기 어려웠던 아버지는 이대표를 불렀다. 지금은 게임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게임을 할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쁜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가업을 이어서 한다는 것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방법과 사고방식의 차이죠. 아무래도 기존 방법을 유지하려는 기성세대와 쉼 없이 변해가고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력을 접목하려고 하는 젊은 세대가 같이 하는데 갈등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이대표가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다름과 틀림의 차이에서 오는 부분이다. 다른 것은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은 것이고, 틀림은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난 것을 말한다. “분명 다른 것인데 틀렸다고 말하면 억울하죠.”

이 일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여러 일들을 하게 된다. 영업, 용접, 목공, 전기 등 이를테면 종합노가다인 셈이다. 이 일을 15년 동안 하면서 이대표는 바람이 있다.

“얼마 전 군에서 광고물 제작을 우리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광고업체에 맡겼더라고요. 결과물을 보면 잘한 부분도 있지만 가능하면 우리 지역에서 이루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죠.”

‘미경사’라는 이름도 아버지가 만든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미경(美京), 아름다운 경관을 만든다는 뜻이다. “사실 간판을 작고 아담하면서도 주변 경관과 어울리게 만들고 싶은데, 이 일이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만들다 보니 제가 만들고 싶은 간판과는 좀 거리가 있죠.”

간판은 가게와 건물을 나타내주는 얼굴이다. 그 얼굴에 나만 예쁘게 치장해 과장되게 드러내면 오히려 볼썽사나와지기도 한다. 주변 경관과 조화롭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간판을 만들어가고 싶은 이대표의 희망을 응원한다.

문의: 041)632-3532, 634-3532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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