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이씨 셋째 아들, “자부심 잇는 CEO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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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이씨 셋째 아들, “자부심 잇는 CEO 돼야죠”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9.22 10:0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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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을 잇는 청년, 청년CEO, ‘농촌에서 삶의 가치를 찾다’ <8>

SP냉동 이대한 전무
장곡면 가송1리 양지바른 산자락에 자리잡은 SP냉동의 이대한 전무.

광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대한씨(37)는 홍성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울로 상경했다. 행정학을 전공한 이씨는 위로 두 형님들의 영향을 받아 장교가 되고 싶었다. 졸업 후 3년 정도 직업 군인으로 살면서 갈등이 많았다. 자신이 생각한 참군인의 모습은 명예나 진급을 위해 혈안이 된 사람이 아닌 사명감과 투철한 충성심으로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물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곳도 엄연한 사회고 그 속에서 좀 더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24살 청년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군대를 나와 경찰간부후보생 시험에 도전했다. 군대 경력도 있고 시험에 자신만만했다. 연이어 3차례 낙방을 하고 보니 친구들은 이미 사회에 진출해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었고, 자신만이 도태되는 느낌과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때 아버지가 이씨를 불렀다. 아버지가 다른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같이 해보자는 말이었다. 잠시 고민했다. 서울 친구들은 ‘서울에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시골 가서 살 수 있겠어?’라는 말을 했다. 생각해보면 원래 시골 촌놈이 서울에서 잠시 살았던 것인데 시골에 다시 가서 산다 한들 그게 뭐 그리 겁낼 일이던가. 아버지는 안면도 출신이다. 안면도와 광천을 오가면서 이런저런 일을 하던 중 아예 광천 벽계리에 자리를 잡았다. 은하면에 양돈장을 운영하다 장곡면으로 이전해 한국농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대한 전무는 처음 이년 동안 아버지가 운영하는 양돈장 관리를 도맡아 했다. 5천 마리가 넘는 돼지를 직원들과 함께 아침부터 저녁까지 휴일도 없이 일했다. 힘든 줄도 모른 채 일에만 집중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와 함께 냉동 창고 임대 사업을 같이 준비했다. SP냉동은 주로 김원초나 농수산물들을 저온 냉장·냉동 급냉 보관해주는 일을 한다. 이름과 로고를 준비하는데 한 달이 걸렸다. 상호인 SP는 신평 이씨에서 가져왔다. 아버지는 신평냉동으로 정하자 했는데 좀 더 세련된 이름을 만들고 싶었던 이전무가 SP냉동을 제안했다.

“아버지나 저나 신평그룹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어요. 가능하면 지구를 지키는 친환경적인 사업 아이템으로요. 뭐 쉽지는 않겠죠?”

그래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 가끔 마음이 답답해지고 힘들 때면 이전무는 한적한 곳을 찾아 하염없이 앉아 있고는 한다. 종이에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웠던 말들을 모두 쏟아낸다. 누구에게 보여주기가 아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글쓰기다. 그렇게 모든 것을 종이 한 장 위에 토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터에 돌아온다. 관리에서 경영으로 가다보니 좀 더 고민할 것도, 바꿔야 할 부분도 많았다. 그러나 급하지 않게 조금씩 천천히 해나갈 생각이다. 그래야 가업을 이어나가는 아들로서 그리고 앞으로 대표로서 자부심과 자존심을 이어나가는 일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일상이 답답하거나 지루하다고 생각 될 때 나 스스로 내 꿈은 무엇인가를 한 번 생각하면서 기운을 내보자. 청년 이씨는 오늘도 종이 한 장 위에 자신의 꿈을 설계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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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2017-09-26 13:04:10
와 멋있어요~~응원합니다!

정연일 2017-09-25 13:51:34
대단하시네요.

이경택 2017-09-25 12:01:37
와우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