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준의 도덕성 갖춰야 시시비비 가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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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준의 도덕성 갖춰야 시시비비 가릴 수 있어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1.20 16: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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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14〉
박재신 전 감사원 국장
박재신 향우와 그가 펴낸 책 ‘도덕이 상실된 사회 법의 감시를 받다’의 표지(사진 우측).

석달 만에 초판 1000부 모두 소진되고 다시 1000부 인쇄
공직자들의 부도덕한 실상 고발… 훈계조 내용의 쓴소리
감사라는 업무 속성자체가 내 성격과 잘 맞아 선택한 길
홍성군은 장기적으로 예산군과 통합해 내포시 승격돼야


감사원에서 감사관으로 평생 재직했던 박재신(61) 향우가 2015년 1월 명예퇴직한 후 전국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청렴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홍성군 서부면 광리 소리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 7급 감사직 공무원 공개채용시험에 합격해 감사관으로 한길을 걸어오다가 마지막으로 고위감사공무원(2급, 국장)까지 올라가 2015년 1월 정년을 2년 앞당겨 명예퇴직했다.

서부초(34회), 갈산중(19회), 공군항공과학고(4기), 동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학구파로서 최근 공직자들에게 부패방지와 청렴의무를 일깨우기 위한 책 ‘도덕이 상실된 사회 법의 감시를 받다’(하이미디어패앤아이)를 펴냈다.

작년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그는 강의를 요청하는 곳이 많아져 매우 바빠졌다. 그 동안 청주지밥법원, 감사교육원, 경찰대학, 경찰교육원, 전북지방경찰청, 국세공무원교육원, 한밭대학교, 노동부익산지청, 지방행정연수원, 지방회계교육센터, 항공사고조사위원회, 항공교통센터 등 국가기관과 충남도청, 마포구청, 시흥시청, 남양주시청, 서산시청, 홍성군청, 화순군청, 울진군청, 서울시교육청, 충남도교육청, 김포교육청 등의 지자체 및 교육관청에서 강연을 했다.

기자는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 살고 있는 박 전 국장을 만나 전현직시절 행정을 감사하며 바라본 공무원사회와 저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홍성군 공무원 형식적 청렴교육 아쉬워
Q. 
지난 9월에 출간한 저서 ‘도덕이 상실된 사회 법의 감시를 받다’가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 필독서로 보급됐으면 좋겠다. 출간한지 거의 석 달이 된 지금 초판 1000부가 다 매진됐나?
A. “내가 그간 받은 강사료 1000여만 원을 들여 1000부를 발간했다. 그 중 600여부를 전국 시·군·구 청과 수도권 교육지원청 등에 무상으로 배포했으며 나머지 400여부는 일부 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에서 구입을 해줘 다 소진됐다. 얼마 전 기업은행에서 전국 지점장 청렴교육교재로 활용하겠다고 700여부를 주문해 다시 1000부를 인쇄했다.”

Q. 이 책을 낸 후 갑자기 유명인사 반열에 오르지 않았나?
A. “당초 이 책이 큰 호응을 얻어 유명세를 탄다거나 책이 다량으로 판매될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또 그러한 현상은 아직까지 없다. 그 이유는 공직자들의 부도덕한 실상을 고발하고 이를 경계하라는 훈계조 내용의 글이다 보니 어느 공직자가 그러한 쓴 소리의 글을 자기돈 내고 사서 보겠는가. 해서 당초 내 사비를 들여 발간해 무상으로 배포한 것이고 또한 책 내용에는 기초단체장의 인사권 전횡 등에 대한 비판을 하다 보니 그 책을 구입하려 하지 않음은 물론 강의 섭외도 들어오지 않는다.”

Q. 책 내용 가운데 8년 전 홍성군에서 5년간 사무용품 납품업체를 통해 허위로 서류를 꾸며 7억여 원의 예산을 횡령하는데 무려 108명의 공무원들이 연루돼 충격을 줬던 사건이 언급되고 있다. 불미스런 고향 소식을 듣고 당황해 했던 당시의 심경을 고백하고 있는데, 그 후 홍성군 공무원들의 청렴도에 대해 평가한다면.
A. “지난해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 직전에 군수에게 부탁해 청렴특강을 갔었다. 막상 가서 실망했다. 청탁금지법상 연간 의무적으로 2시간 이상 하도록 되어 있는 강의이었음에도 사전에 행정계장이 시간이 없으니 한 30분 안에 끝내달라고 부탁하더라. 쓴소리를 잘하는 강사여서 싫은데 군수의 지시로 마지못해 해야 하니 대충하고 마치라는 식의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괜히 부탁했나 하고 후회를 했다. 얼마 전 군청 간부 몇 사람을 만나보니 청탁금지법이 지방 실정과 잘 맞지도 않고 그것 때문에 무척 불편하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청렴도를 전체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으나 그들이 그 사건 후 크게 반성한다거나 크게 변화한 것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 4학년 때 7급 감사직 공채 합격
Q. 
서부면 광리에서 태어나 서부초교와 갈산중학교를 다니셨는데, 중앙 행정기관의 공무원으로 목표를 정한 것은 언제부터며, 하필 감사원의 감사관으로 길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A. “나는 서부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줄곧 반장을 했다. 1969년 1월 졸업식에서 졸업생 180여명을 대표해 우등상인 충남도교육감상을 받았다. 당시 부상으로 ‘영웅 이순신’이란 책을 받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나마 살아가면서 무엇인가 의미있고 보람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갈산중학교를 졸업하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됐다. 그래서 국가에서 설립하고 학비를 전액 지원해주는 공군기술고등학교(현 공군항공과학고)에 입학했다. 대전 공군부대 안에서 군인처럼 군복을 입고 전투기를 조종하는 파일럿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공군사관학교 27기 시험에 합격했다. 그런데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 제대하고 2년여 동안 방황하다가 사립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전공(산업공학)이 맞지 않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 보겠다고 결심한 가운데 대학 4학년 때 감사직 7급 공개채용시험을 보았다. 1980년도에는 정치가 불안한 가운데 공직에 대한 열풍이 불어 50명 정원에 5392명이 응시했다. 나는 평소 남의 지시나 간섭을 받으며 소극적으로 일하지 않고 내 능력에 걸맞는 스스로 일을 찾아 하는 것을 좋아하며 국가 운영의 주체로 참여하는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적정성을 점검하고 공직자의 부정과 비리를 적발해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감사라는 업무의 속성 자체가 내 성격과 잘 맞는 것 같아 감사관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내 젊음을 바쳐 열정적으로 일했다.”

Q. 감사원도 독립된 준사법부로서 많은 유혹이 들어올 것 같다. 감사관으로 평생 재직하면서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A. “감사원의 역할은 행정부가 국민이 낸 세금을 올바르게 쓰고 있는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공공복리 등 주요 정책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등을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감시한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감사관은 다른 공직자의 모범이 돼야 하므로 항시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당당한 자세로 다른 공무원의 업무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으며 잘못을 지적받은 공무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다. 나는 늘 내 자신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해 공직자다운 자세를 견지하는지 되돌아 보면서 노력했다.”

Q. 책에서 여의도 금융기관의 감사가 권력기관 출신의 고위인사가 가는 자리가 되어 이런저런 연줄을 이용해 보호막 역할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올바른 감사는커녕 오히려 부패를 조장하기 쉬운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정작 감사원 감사관이 퇴직 후 가야 할 자리로 가장 적합하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금융기관들은 감사 잘하는 사람보다 로비 잘 하는 권력기관 출신 고위인사를 고액 연봉을 주고라도 더 반기는 것 같다. 전직 감사관이 대우 받으며 금융기관의 감사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A. “내가 책에서 비판한 것은 금융감독기관 출신들이 검사를 받던 기관에 감사로 가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이고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상근감사제도가 실효성이 없으므로 금융관련법규 위반여부를 점검하는 준법감시인의 역할을 강화해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금융업무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므로 단지 일반적인 행정업무에 대한 감사를 오래했다고 금융회사 감사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할 수도 없으며 감사원 출신 여려 명이 민간 금융회사 감사로 가 있는 것 자체가 정경유착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언론도 여러 차례 감피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내가 과장, 수석감사관(4급) 등 10여 년간 금융분야에 대한 감사업무를 담당했으나 그러한 것을 내세워 민간금융회사에 감사로 가게 된다 하더라도 금융회사는 내게 자체의 위법 부당사항의 적발보다는 결국 금융감독원 검사·감독에 대한 바람막이 역할을 하도록 요청할 것이기에 결국 내가 할 일이 없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것은 내 인생 철학과도 맞지 않다.”

Q. 고향 서부면과 홍성군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기를 기대하나?
A. “홍성군은 장기적으로 예산군과 통합해 내포시로 승격돼야 만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본다. 도청이 이전한 것도 그러한 것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이는데 아직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아 아쉽다. 홍성군은 축산업이 주된 산업이지만 한편으로는 축사 인근에 대기질 등 환경적인 오염으로 말미암아 관광발전의 저해 요인이 되므로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서부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그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려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꾀해야 할 것인 바 현재 그런 방향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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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스민 박 2017-11-23 13:55:39
넘 훌륭하신 분입니다.
요즘처럼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세상에 이런 공명정대하고 청렴하신 분이 국가발전을 위해 애를 써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화이팅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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