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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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를 맞으며
  • 조남민 주민기자
  • 승인 2017.10.0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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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짜고 만들려고 해도 이런 역사가 없는 ‘기념비적인’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9월 30일(토)을 시작으로 개천절(10월 3일), 추석연휴(10월 3~5일), 대체휴무(10월 6일), 한글날(10월 9일), 여기에 더하여 머쓱하게 자리하고 있는 10월 2일의 검은 글자까지 빨갛게 임시 공휴일로 지정돼 무려 아홉 날들이 추석 하루를 위해 늘어선 모양새가 됐고, 이로 인해 사상 초유의 열흘짜리 황금연휴가 만들어졌다.

기업체들은 울상이지만 직장인들로서는 이만한 경사가 또 없을 것이기에 너도나도 알뜰한 휴가를 보내기 위한 작전수립에 여념이 없다. 가까운 친구들에게 ‘추석명절’에 뭐 할 거니? 라고 물어보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번엔 예외 없이 ‘추석연휴’에 뭐 할 거니? 로 대번 바뀌었다.

추석연휴에 꼭 무엇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차례와 성묘, 친척집을 다녀오는 하루와 귀성에 소요되는 이틀 정도를 제외한다면 이번 연휴는 약 일주일을 오롯이 의지대로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일주일을 잘 보내는 것이 풍요롭고 뜻 깊은 한가위를 보낸 증거가 되는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봄부터 준비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 못 다한 종주산행을 이어가는 사람, 나날이 다른 영화를 보러가는 사람, 심지어 아무 생각 없이 연휴를 맞는 사람들은 많아 보인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이나 소외지역의 불우한 이웃을 위한 위로활동에 나설 계획을 짠 사람은 거의 보질 못했다. 

추석은 수확에 대한 기쁨을 이웃과 나누는 오래된 우리의 소중한 전통명절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을(秋) 저녁(夕) 즉, 가을의 달빛이 유난히 밝은 좋은 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와 대추, 노랗게 익어가는 황금들녘의 벼를 포함한 오곡과 백과의 풍요로운 결실을 맺게 해준 뜨거운 해와 보름달에게 감사하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조상님의 은덕을 기리며 이듬해의 풍농을 이웃과 함께 만월(滿月)에게 기원하는 아름다운 세시 풍속인 것이다.

대청마루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화기애애하게 이웃을 다 먹이고도 남을 만큼의 송편을 빚을 때면, 부엌에서 익는 동동주 냄새를 맡은 동네 장정들이 둥실 떠오른 둥근달을 등에 지고 울바자 옆 사립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와 모깃불 놓은 멍석 옆에 자리 잡고 앉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앞마당의 삽살개를 희롱하며 술과 안주를 청하던 그 푸근하던 인정이 오래도록 이어져야 한다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중이다.

이웃은 아파트로 인해 단절됐고 차례상은 이미 글로벌화 됐으며 추석빔은 디스 진(찢어진 청바지)으로 대체된지 오래다. 안타깝지만 어쩌랴….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세상이지만 추석은 사람을 위한 날이며 추석연휴는 그저 단순히 연달아 쉬는 날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평소에 살펴보지 못한, 송편 하나 얻어먹지 못하는 우리의 소외된 약한 이웃을 한번쯤 돌아보는 뜻 깊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추석이 갖는 진정한 의미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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