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정치인도 자격증이 필요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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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정치인도 자격증이 필요합니까?
  • 최선경 칼럼위원
  • 승인 2017.10.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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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되려면 어떤 자격증이 있어야 돼요?”

얼마 전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특강에서 2학년 남학생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질문했다.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요즘 세상에서 정치도 직업의 한 분야로 생각하는 청소년들의 세태를 엿본 것 같아 심경이 복잡해졌다. 사실 요즘 청소년들은 예전과 달리 정치에 관심이 높으며, 대놓고 정치를 하고 싶다고 밝히는 경우도 허다해 깜짝 놀라곤 한다.

이에 대해 “자격증은 필요 없습니다.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지만 출마해서 당선이 돼야만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당선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며 오히려 거꾸로 되물었다.

그랬더니 학생들은 의외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차라리 학력은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며, 외국어 능력과 컴퓨터 활용능력을 비롯해 이런저런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했더라면 훨씬 더 가벼운 마음으로 ‘정치’를 꿈꿨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당선이 되기 위한 선거 전략을 강의할 수는 없었기에 더 이상 깊은 대화를 이어나가지는 못했다. 이어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물었고 학생들은 청렴, 지식, 양심, 역지사지, 객관성, 경청과 공감 등을 정치인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답했다. 참 예리하고 날카로운 지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의원이 되고 나서는 종종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특강이나 토론회 참석을 요청받는다. 지역의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 자신이 지나온 삶을 중심으로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한 청소년의 꿈과 진로에 대해 강의를 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거의 수락하는 편이다.

매번 특강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고 자신이 원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후회하는 것보다 청소년 시기에 다양한 진로체험을 통해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청소년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사회에서도 국·영·수 위주, 암기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함을 느낀다. 정치교육이 이뤄지기는커녕 민주시민교육의 ‘민주’라는 말조차 제대로 통용되지 못하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철학자 플라톤의 말을 인용해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런 사람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무엇보다도 청소년 민주시민교육 강화가 선행돼야 함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편 정치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에게는 직업적 정치인보다 주민들과 함께 세상을 개혁하는 ‘정치가’가 진정 필요함을 전하고 싶다. 정치인은 권력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권력은 본질적으로 ‘폭력’과 ‘강제력’을 동반하는 매우 위험한 힘이다. 정치인은 현대 민주주의에서 그 위험한 힘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속내를 제대로 알려주고도 싶다.

지난 의정활동을 돌아볼 때 정치인은 더 나은 시민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비전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평등한 관계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란 걸 깨닫는다. 정치인이 주민들과 사회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비전을 공유하고 권력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실천해 나가는 순간, 우리는 그를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가’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 지역에서도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지망생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특히 각 선거구별로 기초의원에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이 십여 명에 달하는 실정을 보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우선 정치에 관심을 갖고 직접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큰 뜻을 품은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참으로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7대 의회가 주민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 것은 아닌지, 그에 대한 평가가 냉정하게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어쨌든 우리 지역에 정치인보다는 더 좋은 ‘정치가’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나 스스로도 그런 ‘정치가’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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