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지명역사 1000년의 의미,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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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지명역사 1000년의 의미,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야
  • 취재=한관우/자료·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2.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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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역사 1000년 자치단체, 무엇을 기념할 것인가? <10>
1900년대 홍주시장 전경. 이때까지도 홍성은 홍주라 불리며 지역의 정체성을 지켰다.

지명은 사람들의 사회활동과 함께 생산활동의 필연적인 산물
1940년 ‘창씨개명’앞서 ‘창지개명’단행 최대의 행정구역 개편
지역의 정체성을 찾는 방법은 역사, 문화, 설화, 지명 등 다양
땅이름은 옛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지혜, 역사문화 담고 있어


지명은 일정한 지역의 명칭이다. 고대로부터 인류가 살아오면서 특정한 위치, 범위, 유형의 지리적 실체에 대해 공동으로 약정한 고유명사이다. 삶의 터전에 이름을 지은 것이 지명이고, 지명은 인간들의 정착지에 대한 공동적 언어 기호라 할 수 있다.

지명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공동 소유이기 때문에 특정지역 안에서 생활하며 창조하는 모든 역사와 문화가 그 안에 오래 남게 되며 면면히 이어나갈 수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인류 생활의 집단화와 사회화는 지명이 발생하게 된 필연적인 조건이 된다. 지명은 사람들의 사회활동과 생산 활동의 필연적인 산물이다.

지명이란 일정한 지역 안에서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사교를 하는 도구로서 중요한 사회적 표징이자 약정이기 때문이다. 지명은 어느 한 사람이나 일부 사람의 뜻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발생하는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명은 일종의 고유명사이다.

고유명사의 발생 요인은 하나의 사물을 다른 사물과 구별하기 위한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지명은 인간의 한 지점이나 지역을 다른 지점 또는 지역과 구별하기 위한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마치 사람과 사물을 구별하기 위해 사람마다 이름을 짓듯이, 땅도 곳곳을 구별하기 위해 고유한 이름을 부여하는 원리이다.

■지명역사의 의미, 지역 역사문화 정체성
지명은 언어적, 역사적, 문화적, 지형적인 특성을 반영한 문화유산이다. 그러므로 지명을 바꾸는 것은 결코 가볍거나 쉬운 일이 아니다. ‘논어’에서 공자는 정치를 맡기면 무엇부터 하겠느냐는 물음에 ‘이름을 바로잡겠다(正名)고 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강제로 바뀐 우리의 지명에 있어서도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우리말 지명들이 세월 속에서 많이 바뀌고 변질돼 왔다. 신라 경덕왕(757년) 때의 일은 그냥 두고 살펴보더라도, 일제강점기인 1913~1914년에 고친 수많은 지명을 보면 우리가 지명을 다시 되찾거나 바꿔야 하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고치게 한 1940년의 ‘창씨개명(創氏改名)’에 앞서서 진행된 ‘창지개명(創地改名)’은 가히 단군 이래 최대의 행정구역 개편 때의 지명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서울의 인왕산(仁王山)을 인왕산(仁旺山)으로 바꾼 것을 비롯해 수많은 지역에서 왕(旺)자가 일본의 왕(日王)을 뜻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경북 포항의 ‘대보리’가 우리 국토의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데도 일본의 지리학자 고토 분지로가 우리 지도를 토끼 모양으로 그려 호미곶을 토끼꼬리라 했으며, 우리나라를 힘없는 조선으로 비하했던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일제에 의해 우리나라의 군(郡) 97개, 면(面) 1834개, 이·동(里·洞)의 이름 3만4233개가 없어지고, 새로 생겨난 지명만도 전체의 35%인 1만 1000여 개에 이르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땅에 아로새겨진 우리 정신에 대한 침략이요, 핍박이었던 것이다.

이제 분명한 것은 지방자치시대, 지명과 역사는 곧 상품이며 돈이라는 사실이다. 이제라도 충남도와 예산군, 홍성군이 함께 충남도청소재지의 지명역사가 1000년이라는 사실을 명분으로 하는 각종 브랜드사업화 사업 구상과 실천이 구체화돼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전국의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자치단체에서 계획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정명, 개도, 지명역사 등의 1000년 기념사업을 지명역사의 의미와 정체성 등을 분명하게 찾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명은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인문환경, 지역성, 민족성, 역사, 문화 등을 가장 잘 표출하는 하나의 언어문화경관인 것이다. 다시 말해 지명은 그 지역이 지닌 역사와 문화를 표현하는 하나의 지표인 것이다. 지명이나 지역에 뿌리를 둔 것 중 ‘최고’나 ‘최초’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문화유적, 자연유산, 인물 등을 브랜드화 시켜 ‘지명’ 또는 ‘지역’의 가치를 극대화시켜 나간다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주와 예산의 경우도 충남도청소재지역의 정체성에 맞도록 재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홍성의 경우 고유지명(固有地名)인 ‘홍주(洪州)’를 되찾자‘는 운동을 함께 전개하고, 1000년 기념사업의 중심도 여기에 맞춰야 할 것이다.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지명을 활용한 네이밍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그 장소가 갖는 분위기와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갖고 갈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아닐까. 브랜드의 콘셉트를 하나의 단어로 응축시키는 작업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미 어떠한 콘셉트로 확정되어진 지명이나 장소를 상징적으로 차용한다면 훨씬 더 쉬울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지명역사의 의미와 지역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확립할 수 있는 계기와 기회를 만들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옛 호서지도의 홍주 경계지도.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 제대로 찾아야
사실 지역의 정체성을 찾는 방법은 역사, 문화, 설화, 지명 등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 중에서 지명은 역사문화와 관계된 공유의 지식 체계 또는 역사·문화적 도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지명은 그 자체가 공간에 대한 전승 지식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지명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실용적·상징적인 수준에서 주민들에게 가치 있는 공간으로 인지되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경이나 생산 활동의 중심지가 되는 논이나 밭, 하천과 보, 골짜기 등을 중심으로 발달된 지명과 그에 따른 공간인식 속에는 농민들의 경험을 함축하고 있는 민속지식의 실용적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마을의 정치경제적인 위상의 지표로 논과 밭의 지명이 사용될 때에는 사회적 질서와 이념을 표현하기도 한다. 지명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공간의 완전성을 상징적인 수준에서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또한 사회적 공간에는 성별, 연령, 신분적 위계와 같은 사회적 질서와 문화적 규칙들이 ‘보이지 않는 차원’으로 작동하기도 했으며, 주민들은 이를 통해 공동체적 질서와 관계 속에 통합될 수 있다.

한편 유교적 경관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 건축물로부터 비롯된 지명들은 마을 내 유력문중 중심의 공간 이데올로기적 특성을 일정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마을 수준에서 주민들이 이러한 건축물과 지명을 통해 그들의 ‘역사적 지속성’과 ‘문화적 전통’을 강조하는 모습은 자신들의 긍정적 정체성의 창출과 관계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홍주’사람을 ‘홍주’사람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역사·문화적 형식 또는 지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마을의 자연발생적 지명과 관계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땅이름은 언어영역의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인 동시에 우리가 지켜가야 할 우리 고장의 무형문화재이다. 땅이름 속에는 지방마다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이 땅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옛사람들의 삶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아득한 세월 속에 존재했던 사건·사고의 유흔들, 거주민 집단의 생활양식과 의식구조, 민속과 신앙, 자연과 지리, 언어의 변천과 방언에 이르기까지 그 지방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의 유흔들이 잘 담겨진 것이 땅이름이다.

우리의 주변 곳곳에도 고유지명과 역사·문화적 유흔들이 널려져 있지만 우리의 무관심으로 말미암아 그 빛은 점점 바래지고 있다. 지역의 고유지명과 역사문화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으며 진심 어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산과 들, 골짜기, 마을과 정자, 언덕과 바위, 바다, 섬, 돌부리 하나하나에도 저마다 이름이 있고, 오랜 세월 동안 옛사람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모진 생명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우리의 땅이름은 오랜 역사 속에서 변천을 거듭해 왔다. 삼한-삼국-고려-조선시대로 왕조가 바뀔 때마다 행정구역의 개편을 단행하면서 땅이름도 고쳐졌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말살정책을 펴면서 창씨개명에 앞서 전국의 땅이름부터 변경을 실시했고, 행정구역의 통폐합 때마다 둘 이상의 땅이름에서 한자씩 제멋대로 떼어다 붙여 무의미한 합성 땅이름을 양산하기도 했다.

해방 이후 현대사회가 겪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도시개발에 따른 지형의 변형으로 고유지명은 차츰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땅이름은 순우리말 이름씨를 이두(吏讀)로 표기해 왔다. 이두 표기는 한자(漢字)의 훈(訓)이나 음(音)또는 차의(借義)로 표기해, 표기하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다르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서 우리 땅의 이름을 제대로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고유의 땅이름을 지키는 것은 역사와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다. 땅이름은 옛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지혜를 담고 있으며, 지역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이며,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지역을 올바로 가르치는 길이기 때문이다. 홍성의 옛 고유지명인 ‘홍주’를 되찾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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