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먹이 포획과정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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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 먹이 포획과정의 비밀
  • 박승규 전문기자
  • 승인 2017.1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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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 박승규의 곤충 이야기<13>

필자가 곤충을 처음 연구하게 된 계기는 바로 사마귀가 제공했다.

지금은 폐교되고 없어진 홍성군 은하면의 아주 작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학생들이 사마귀 알주머니를 교실에 가져다 놓았는데 따뜻한 봄 날 작은 애벌레가 되어 우수수 알주머니에서 쏟아져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자연히 사마귀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과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음을 지난여름에 소개한 바 있다.

사마귀를 연구한다고 학생들과 은하면의 온 산을 헤집고 다녔다. 대전 세천 유원지는 물론 보령 웅천의 야산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장을 찾아다니며 각 고장에 서식하고 있는 사마귀의 종류와 알주머니의 모습, 그리고 사마귀가 알주머니에서 부화해 성충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관찰하면서 1주일에 1회씩 7회의 탈피를 거쳐 성충이 되는 과정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또 사마귀 몸속에 기생하며 생활하는 몇 종의 기생충에 관해 밝히기도 했다. 시설하우스 재배 식물의 골치 거리인 진딧물을 사마귀를 이용해 퇴치할 수 있는 방안을 안내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연구 결과가 당시 교육방송 텔레비전에서 꼬박 1주일간 촬영해 30분간 방영되기도 했다.

요즘 필자는 곤충의 행동 특성을 밝히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마귀는 한가한 시간이면 앞다리 두 개를 한데 모으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미국에서는 기도하는 벌레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이 녀석들은 그렇게 평화로운 곤충은 절대 아니다. 앞다리에는 날카롭고 무서운 발톱이 있어서 한 번 사마귀의 사정권 안에 들어온 곤충들은 절대 놓치는 않고 잡아다 먹어 치운다.

사마귀의 먹이 포획 순간을 카메라로 찍어서 자세히 분석해 보면 사냥 준비기, 앞다리를 쭉 뻗어 먹이 잡기, 먹이 끌어당기기, 움직이지 못하게 가두기, 뜯어 먹기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사마귀는 각 동작마나 다리의 위치도 다르고 앞다리의 모양도 제각각 다름을 알 수 있다. 사냥을 위한 준비를 마친 사마귀는 다리를 뻗어 먹이를 잡아다 먹기까지의 과정이 1초도 걸리지 않을 만큼 매우 재빠르게 이뤄져서 사마귀의 사정권 안에 들어 온 곤충은 빠져 나가지 못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사마귀의 먹이 사냥 행동 특징을 과정별로 분석해 보면 준비단계에서 몸과 앞다리 두 번째 마디가 같은 각을 이루면서 평행을 이룬 채 세 번째 마디는 밑으로 늘어뜨려 행동을 재빨리 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다. 다리를 물체로 향해 뻗는 단계에서는 몸이 앞으로 뻗고 세 번째 마디가 사마귀 눈과 일직선 방향으로 물체와 시선을 고정시킨 후, 가운데 다리가 뒤쪽으로 이동해 몸과 가운데 다리를 평행한 위치로 가져 간 후 다시 앞으로 이동해 포획한 먹이를 손쉽게 입 앞으로 끌어 오기 위한 행동을 취한다. 이 때 사마귀의 앞다리를 135°까지만 뻗는다.

사마귀의 다리는 각도를 크게 벌릴수록 멀리 뻗을 수 있어 먹이를 포획하는데 유리한 위치가 되지만 펼침 각도가 135°가 넘게 되면 몸의 무게 중심이 무너지게 된다. 먹이를 안전하게 포획하기 위해서는 135°가 넘지 않게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포획한 먹이를 안전하게 가둬 둘 때는 다시 첫 번째 마디와 세 번째 마디를 평행하게 한다. 이 때 먹이로 포획된 곤충의 몸속에 날카로운 앞다리의 가시가 박혀 있어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혹시 이 칼럼을 읽고 있는 학생 중에 사마귀 다리의 움직임을 인공 로봇에 응용해 멀리 떨어진 위치에 있는 물체를 안전하게 들어 올려 이동하기 위한 로봇을 만들어 보겠다는 상상은 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해 본다.

박승규 전문기자<내포곤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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