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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을 비추는 일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홍성지부 황정옥 지부장
홍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팀장이며 (사)한국문인협회 홍성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는 황정옥 시인.

일기처럼 쓴 습작, 우연한 기회에 등단
‘여백의 창가엔 그리움이 자란다’ 출간
보편적인 사연들이 맛깔스런 시가 되다
시는 삶의 거울… 성찰 문제를 정화 작용


이글이글 불타듯 뜨겁게 타오르는/해를 머리에 이고/바람을 다스려/온몸 축축이 젖은 땀방울로/하고 싶은 말 모두/비위 거스른/포만한 느린 잠에 빠져 있다
끝없는/말 말 말/말들의 유혹 앞에/이제 더는/유혹 당하지 않으리라/나를 가두지 않으리라
너를 내 안에서 버려야 할 때/너를 내 기억에서 잊어야 할 때/너를 내 삶에서 지워야 할/그 순간까지
이제야 알 것 같다/허공에 버려둔 수많았던/그 다짐들이/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안타까이 버둥대던 그 울림들이/왜 필요했었는지를
세월 앞에/잊히는 모든 순간들이/왜 눈물겹도록 아름다운지를
온몸을 파도에 누이고/말없이 출렁이는 바다/하얀 포말로 부서지며/맑은 눈물로 말하는 그대
쏟아지는 폭우의 거센 빗방울의/서러운 통곡 속에/수없이 쏟아버린 말들이/홍수에 떠밀려 폐허로 남은/이 공허
말을 품고/말을 헤아리며/말을 다스려
이제는 침묵으로도/그대에게 전하는/내 비밀의 언어
- 여백의 창가엔 그리움이 자란다

시인의 언어는 다르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창가가 아니라 여백의 창가고, 그리움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란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시인이다. 마치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한 여학생도 그런 생각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시인에 대한 동경은 있었지만 그저 동경일 뿐, 그래도 시는 열심히 읽고 느꼈고, 끄적였다. 그리고 어느 날 시인이 되었다.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홍성지부 황정옥(55)지부장은 그저 시가 좋아 많이 읽고 일기처럼 습작을 써갔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그건 그저 꿈이었다.

2003년 어머니가 대장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막상 어머니의 병수발을 들어줄 가족이 없었다. 황 지부장은 이것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컴퓨터를 켜는 방법도 모르던 황 지부장은 과감하게 열린 사이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접한 컴퓨터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지금의 시 선배이자 스승인 손휘락 시인이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하면서 잊고 살았던 기억들이 되살아났어요. 그 때가 제 나이 마흔 살이었죠.”
마흔을 불혹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 마흔은 위기의 마흔이다. 내가 지금껏 살아온 삶이 맞는 것인가 되돌아보기도 전에 앞으로 다가올 불안한 미래에 사춘기보다 더한 방황을 하게 되는 나이, 그러나 사춘기보다는 조금 더 깊고 진한 삶의 해답들을 찾아가는 시기가 마흔이다.

손휘락 시인이 보내준 시집에 고마운 답을 담아 온라인 카페에 시를 한 편 올렸다. 뜻밖에도 손휘락 시인은 황 지부장에게 등단을 권유했지만 극구 사양했다. 나는 이름표가 필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가야 할 사람은 가게 되어 있다.

2007년 시아버지의 부음으로 시름에 빠져있던 황 지부장에게 손휘락 시인은 ‘시 열편만 보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엉겁결에 보낸 시로 그 해 가을 시세계를 통해 등단했고, 이후 2009년 첫 시집인 ‘여백의 창가엔 그리움이 자란다’는 시집이 산통을 겪으며 세상에 나왔다.

한국문인협회 김년균 이사장은 시집 서문에서 “시인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삶의 진리를 내포하고 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법한 보편적인 사연들이 맛깔스런 시가 되어 허기를 느끼는 독자들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 지부장의 시는 기독교적 삶의 성찰과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손희락 시인은 서평에서 “황정옥의 시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의 텍스트는 기독교적이다. 아무리 목소리를 낯설게 하거나 가성으로 위장한다고 해도 시인의 목소리는 그 가슴속 깊은 곳에서 토해내는 성찰의 덩어리이기 때문에 삶의 현실이나 자아의식, 추종하는 종교와 무관할 수 없다”고 쓴다.

함축된 언어로 표현되는 시는 종교성과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삶의 울림이 되고 메시지가 된다. <허기>, <위로>, <슬픈 가난> 등의 시에서 보여주는 황 지부장의 세상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이를 말해준다.

황 지부장은 “시는 삶의 거울이에요. 나를 살피는 일에 집중하고 삶과 이웃과 사회의 성찰에 대한 문제를 정화 작용하는 것이 시인 것 같아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평범한 말들이 시가 된다는 황 지부장의 생각은 그대로 시가 되어 모두가 공감하는 시구를 만들어낸다.

“막상 첫 시집을 내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이렇게 귀한 책을 가지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지역에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르신들 찾아뵙고 시집을 드리다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어요.”

맨 마음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며, 상식적인 사람,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는 일, 詩가 아닐까.

한편 (사)한국문인협회 홍성지부는 정회원 10명, 준회원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달 15일 제32집 홍주문학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김옥선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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