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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아니라 왜 염소인가?홍주고 출신 채정옥 작가
먹물로 그려낸 진한 농담
서부면 갤러리 짙은에서 첫 개인전을 가지는 채정옥 작가.

작품을 보는 일은 작가의 내면을 엿보는 일이기도 하다. 캔버스에 먹물로 그려진 커다란 나무에 액자 형태의 작은 그림들이 들어가 있다. 빨간색 지붕의 집, 염소, 그리고 액자 곳곳에 그려진 어릴 적 작가의 모습 등은 한편의 이야기 같다. 채정옥(31)작가는 홍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강남대학교 예체능학부 회화과 졸업,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내포미술협회 회원이다.

채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홍동면 본가로 돌아와 한동안 미술학원 담당강사를 지냈다.그러나 그 시간이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 직장생활이 잘 맞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상상하는 미술이 아닌 획일화한 교육을 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이후 학원을 그만 두고 과감하게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 다행히 그 곳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들을 했다. 시간과 경제력만 된다면 언젠가 꼭 한 번 외국에 나가 생활하고 싶다.

박혜선 작가와의 친분으로 갤러리 짙은을 방문했고 전시회 제의를 받았다. 지금까지 참여 전시는 많지만 개인전은 처음이다. 채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며 염소를 떠올렸다. 어릴 적 채 작가의 집에는 동물들이 많았다. 닭과 개, 염소, 고양이 등 그 먹이를 주는 일은 늘 채 작가의 담당이었다.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먹이를 들고 염소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염소는 말간 눈으로 채 작가를 바라보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모습 같았다. 사람과 만나는 순간 매번 움츠려드는 자신을 염소에게서 발견한 것이다.

채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는 문득 도심 속 상가 쇼윈도우에 비친 염소를 보았다. 어느덧 염소를 닮아 있는 자신을…. 간혹 스치는 신원미상의 군상에게 소리 없이 건조한 슬픔을 직감한다’고 말한다. 전시회 이후 아버지는 “염소 한 마리 더 사줄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억눌린, 그리고 채 표현하지 못한 자신의 감정을 종이에, 캔버스에, 나무에 부드럽게 혹은 꾹꾹 눌러 담는다. 내가 염소가 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림을 그림으로서 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채 작가의 먹물로 그려낸 깊은 마음의 농담이 당신의 마음에 잔잔히 퍼지기를 바래본다.

한편 채정옥 작가의 ‘나는 내가 아니라 왜 염소인가?’ 전시회는 오는 3월까지 서부면 속동갯벌체험관 2층 갤러리 짙은에서 열린다.

김옥선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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