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르신들이 만드는 ‘죽림전통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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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르신들이 만드는 ‘죽림전통한과’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02.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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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읍 월림리 마을이 아침부터 분주하다. 두 겹 세 겹씩 껴입은 잠바를 걸치고 뒷짐을 지고 느릿느릿, 사부작 걸으며 작업장으로 향한다. 오늘은 그동안 만들어온 한과를 택배박스에 담아 출하하는 날이다.황선항 이장과 현미순 총무는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두 손이 쉴 새가 없다.
“하나씩 가는 건 택배비 가는 거 아시쥬? 1000원 내렸슈. 4000원이에유. 그려유. 고마워유.”
황 이장이 주문 내용을 현 총무에게 이야기하면 A4용지에 주소와 전화번호, 주문내역을 꼼꼼하게 적는 한편, 현 총무에게도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그 때 황 이장의 휴대전화로 문자가 왔다. 한과 주문비 1만5000원이 입금됐다는 문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원래 15만 원이 입금돼야 하는데 주문자와 입금자가 다르다 보니 잘못 입금된 것이다. “어쩔 수 없쥬. 10만 원 손해 보게 생겼네.” 그 자리에 있는 마을 어르신들 어떤 누구도 별 다른 말이 없다. 그저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장으로 갈 뿐이다.

지난 2000년부터 마을 어르신 20여 명이 모여 만들기 시작한 죽림전통한과는 일하는 사람이 11명으로 줄어 현재 최고 83세부터 막내 56세까지 11명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척척 맞는다. 한과에서 얻은 수익금은 모든 재료비를 제외하고 작업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분배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분배가 지금까지 마을의 전통한과를 이어 작업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죽림전통한과는 국내 뿐 아니라 멀리 미국과 호주 등에서도 주문이 들어올 만큼 인기가 있다. 옛날 어머니들이 집에서 만들던 그대로의 방식대로 만들어 바삭하고 달지 않아 설 명절 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인기다. 한겨울이면 농한기를 맞는 농촌마을 어르신들에게 소소한 일거리와 함께 짭짤한 소득도 이루어지니 일석이조다. 올 설 명절, 죽림전통한과로 달달한 명절을 보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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