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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가능성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젊은협업농장 청년들 손발맞추며 농장가꿔
비닐하우스에서 쌈채소를 수확하고 있는 젊은 농부들.

도시에 살던 혹은 다른 지방에 살던 젊은이들이 일찌감치 농사에 대한 꿈을 안고 장곡면 도산리에 하나둘 모여들어 자신과 모두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젊은이들의 옷은 뭔가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다. 흙 묻은 장화에 손밑은 흙으로 새까맣다. 그래도 얼굴만큼은 어두운 그늘 없이 모두 환하다. 커피 한 잔씩을 들고 사무실로 모여든다. 어떤 이는 저녁시간 진행되는 교육 세미나 준비를 하고 어떤 이는 책을 펼쳐들고 읽고, 그도 아니면 먼 허공을 쳐다보며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오후 농장 작업 전까지 저마다의 시간을 가진다.

지난 2013년 5월 3명이 머리를 맞댔다. 지역 내에서 청년들의 생각을 모으고 그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 그것이었다. 벼와 축산에 강한 대신 밭작물에 약한 지역의 특성을 활용해 쌈채소 농사를 하기로 하고 비닐하우스 1동에서부터 시작했다. 이후 ‘젊은협업농장’으로 법인화하면서 44명의 조합원과 함께 출자금 3천4백만 원을 모았다. 현재 농장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영환 씨는 “저희는 이윤배당금이 없다. 주로 농민, 교사, 활동가 등이 출자를 했고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다 보니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다”고 말한다.

‘젊은협업농장’은 현재 2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9동과 논 3000평에 농사를 짓고 있다. 그 중 비닐하우스 1동은 도산리 임응철 이장이 운영하며 농장을 통해 얻어지는 연간 수익은 1억여 원이다. 생산물의 70%는 홍성유기농협회에 납품되며 나머지는 음식점이나 개인소비자, 공동체와 환경단체 등에 납품한다. 농장에서 얻은 수익은 기본 자재비와 기타 비용을 제외하고 청년들이 나눈다. 청년 개인당 약 100여만 원이 지급된다.

정영환 씨는 “예전에는 3개월까지는 점심만 제공하고 인건비가 지급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최소한의 돈은 있어야 할 것 같아 지금은 30~50만 원 정도를 지급하고 이후 1년부터는 100여 만 원이 지급된다”고 설명한다. 현재 농장에는 21살에서 40살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전라북도 고창에서 온 박종빈(26)씨는 이제 농장에 온 지 6주차가 된다. 회계학을 전공한 박 씨는 졸업 후 당연하게 취업을 생각했으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취직을 하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의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 부모님이 원래 분당에서 사셨는데 고창으로 귀촌해 살고 계신다. 취업을 포기하고 잠시 고창에 내려가 있다가 이곳을 알게 되었고 어머니의 권유로 오게 되었다.”

박 씨가 자존감 회복을 위해 택한 것은 몸을 써서 움직이는 일이었다. 목공을 배우려고 하다가 고창에서 그 일을 찾기가 쉽지 않아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농장에서 동생과 형님, 누나들과 함께하다보니 힘든 농사일도 즐거운 일이 되었다. 이 농장에 있는 모든 젊은이들이 반드시 농사를 짓기 위해 오는 것은 아니다. 정영환 씨는 “농촌에 배우러 오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청년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 오후4~5시부터는 각자의 혹은 농사에 대한 공부를 하기도 하고, 교육에 참석하기도 한다. 하계에는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하고 동계는 8시 30분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간다. 정영환 씨는 “죽으면 쉬는 건데 죽기 전에는 일하자는 마음이다”고 말한다.

또한 농장에서는 마을일에도 기준을 세웠다. 개인농가에서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하며, 마을행사는 전부 참여한다는 원칙이다. 마을의 쓰레기 분리수거, 정화조 청소, 상여매기 등은 모두 청년들 담당이다. 정영환 씨는 “혼자 농사지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같이 협업하니 외로움도 덜하고 동네일도 내 일과 연계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어려움도 있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이곳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기존에 있던 사람들과의 관계형성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손발을 맞추어 일하다 보면 어느새 변화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청년들이다. 특히 기혼자의 경우 일 년 열두 달 쉬는 날 없이 일하는 비닐하우스 일이 약간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때마다 청년들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며 슬기롭게 풀어가고는 한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트레비스, 잎브로콜리, 적목크린, 샐러리 등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엉덩이 방석을 깔고 앉아 한 잎 한 잎 따는 젊은이들의 손길이 아직은 서툴다. 물론 이들 모두가 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지만 농촌에서 가능성을 찾아보기 위해 온 젊은 청년들의 수고와 노력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

김옥선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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