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희망봉
‘평창’이 안겨준 선물

평창동계 올림픽의 의의나 성공여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대한민국 보통사람들은 청소년 시절에는 야구다 농구다 축구다 하여, 친구나 애인과 함께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다가도, 인생 3학년이 넘어서면, 낚시나 바둑이나 당구, 골프 따위에 빠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스포츠 경기 관람과는 서서히 멀어져간다.

필자 역시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이기에 가끔,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스포츠 경기나, 한 일 국가대표팀 축구시합 따위의 중계방송이나 더러 보거나, 그나마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고 경기 결과나 알아보는 정도이다.

하물며 아는 것이라고는 어린 시절에 얼음이 꽝꽝 언 무논에서 썰매나 타고, 나무에 철사나 무쇠날을 박은 스케이트 좀 지친 것 외에는 한 것이 없기에 겨울 스포츠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별로 없다. 겨울 올림픽 종목이 그렇게 다양하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동안 우리 태극낭자들의 실력이 세계 최강이었던 쇼트트랙 경기나 겨우 알았고, 김연아 선수 덕분에 온 나라가 뿌듯한 자부심과 더불어 행복감을 맛보았던 시절에, 필자 또한 명치 끝이 치밀어 오르며, 연아의 성공이 내 성공인양 그녀가 감격의 눈물을 흘릴 때 나도 덩달아 눈시울을 훔치며 가슴이 뻐근해지는 감동을 느끼면서 그것이 바로 피겨스케이팅 종목임을 배웠다. 이번의 평창 올림픽은 정치, 경제, 외교, 문화 등 다방면에서 이런저런 화제를 낳았던 모양인데,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그 모든 현안들이 온갖 노력 덕분에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필자같은 보통사람들에게는 김정은의 여동생이 어쩌구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저쩌구 따위보다는 “영미! 영미야!”를 절실하게 외쳐대던 컬링 선수와 그들과 한 마음이 되어 열광하던 관객들의 뜨거웠던 함성이 훨씬 더 뜻깊게 가슴에 남아있다. 그리고 이번 스포츠 경기의 모든 영웅들이 보여준 인생드라마를 간간히 지켜보면서 뜻밖의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스포츠 경기에서나 실제 인생에서나 중요한 것은 ‘단순함에 이르는 것’ 즉 단순한 마음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승리, 성공을 움켜쥐는 핵심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이 펜싱에서 안상영 선수는 그 분야에서 랭킹 13-4위 선수였고 결승 상대였던 이탈리아 선수는 세계 1위에다 결승 경기에서도 상대는 한 점만 따면 우승이고 안상영 선수는 7점인가 뒤져있었던 경기를 매 순간 단순히, “나는 할 수 있다!” 집중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벼랑 끝에서 버틴 끝에 기적같은 우승을 일궈냈던 것이다. 반면에 이미 금메달이 예약된것이나 다름없던 쇼트트랙에서 우리 선수들은 스스로 실족하고 말았다. 실력은 금메달이 틀림없으나, 경기 전의 보이지 않는 과정 속에서 단순히 제대로 진행돼야 할 것들이 이리저리 뒤얽혀 대형사고로 이어졌으리라는 게 예측되고도 남는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 최상의 집중력을 끌어낼 단순한 마음 상태에 이를 수 있는가? 오직 그 길 밖에는 없는 경우, 오로지 그것에 매달리는 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 되면 모든 인간은 정신력이 빚어내는 기적을 맛볼수가 있다.

'로키'라는 권투 영화의 성공도 바로 단순함, 오로지 그 길 밖에는 없는 절체절명의 상태가 빚어낸 것이다. 포르노 배우였던 실베스타 스탤론은 아내가 곧 출산할 상황인데 가진 돈이라고는 200달러가 전부였다. 그는 고심 끝에 무패의 헤비급 복서, 백인들의 우상이었으나 비행기 사고로 인기의 절정에서 영원 속으로 사라져간 로키 마르시아노에게서 이름을 빌어 온 ‘로키’의 시나리오 쓰기에 올인했다. 그가 쓴 시나리오 속의 로키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건달이다. 그의 목표는 단순하다.

챔피언에 도전해 시합이 끝날 때까지 버텨냄으로써 사랑하는 여인에게 인정받겠다는 것뿐이다. 그리하여 시합 내내 얻어터지고 KO 당하기 직전에 이르기를 거듭한 끝에 눈은 팅팅 붓고 찢기고 얼굴에 피는 낭자한 채, 쓰러지기 일보전에 마지막 종이 울리자, 로키는 자신이 승리자라도 된 양, “에드리언!”하고 애인의 이름을 간절히 부른다. 찌질이 안티 히어로가 자기 자신과의 눈물겨운 싸움 끝에 끝내는 목적을 달성시키고마는 명장면을 연출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었다. 무명의 포르노배우가 주연에 감독까지 꿰차고 흥행에서도 대박을 터트린 비결은 ‘단순히’ 죽기살기로 하나의 목표에만 매달린 덕분이었다. ‘평창’이 우리들에게 안겨 준 값진 선물 중 하나도 바로 그것이었다.

이원기 칼럼위원  hjn@hjn24.com

<저작권자 © 홍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원기 칼럼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 뉴스
PREV NEXT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