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학력’ 함정 빠지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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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학력’ 함정 빠지면 안돼요!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8.04.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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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은 비정규학력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명함에 비정규 학력을 표시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세심하게 기울여야 한다.

후보자가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4년제 정규대학의 경영대학원에 개설한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한 것을 마치 정규 학력을 거친 것처럼 버젓이 명함에 기재하는 일이다. 그것도 ‘○○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라고 정직하게 기록하지 않고 ‘최고경영자과정’은 떼버린 채 앞에 2개의 정규 학력기관 이름만 사용해 유권자로 하여금 마치 정식으로 MBA(경영학석사)과정을 마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대 경영대학원’이라고 하면 보통 경영학석사학위를 주는 정규 학력기관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부를 반드시 거친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로서 어려운 시험과 면접을 거쳐 합격해야 하고 공부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아 MBA를 받기도 어렵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과정은 문턱이 없는 비학위 과정이다. 들어가는데 일정한 학력을 요구하지 않아 초졸이든 무학력자든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강좌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최근 충남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34기 모집요강에 나온 지원자격을 보면 △기업체의 경영자 및 간부직원 △각 기관의 중견급 관리자 △공공기관 간부 및 군 장교 △벤처기업인 △기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돼 있는데 어디에도 학력에 대한 자격요건이 없다. 교육기간은 1년 2학기 과정으로 주 1회 저녁 7시부터 2시간 가량 강의를 진행하고, 특별활동으로 총장배 골프대회, 체육대회, 국내연수(2회), 해외연수(1회) 등을 한다. 1년간 등록금은 400만 원으로 아마도 사립대학은 이보다 더 많은 학비가 요구될 것이다.

서울대를 비롯해 연·고대는 물론이고 명문, 비명문대 할 것 없이 보통 이런 과정을 운영한다. 최고위과정은 인맥을 쌓기 위한 기회로도 활용될 뿐만 아니라 일찍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저학력자에게는 대학물도 맛보고 잠깐 스친 인연으로 대학의 동문의식이라는 것을 가지며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동기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을 선거용으로 활용했다간 학력위조로 처벌을 받게 된다.

최근 기초자치단체장에 출마한 A예비후보는 선거 전에 썼던 명함의 경력사항에 충남대 경영대학원 지역동문회장을 지냈다고 기재한 사항이 빌미가 돼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또 기초의원에 출마하는 B예비후보는 경력사항에 ‘충남대 경영대학원 수료’라고 기재한 선거용 명함을 유권자들에게 돌리다가 본지기자에게 지적을 받은 후 그 부분을 삭제한 명함을 다시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최종학력이 고졸인 B후보는 “허위학력으로 걸릴 수 있는 사항인지 잘 몰랐다”며 선관위에 가서 자진 신고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명함을 죄다 반납했다고 했다.

10여 년 전 이완구 충남도지사 시절 충남대 경영대학원 홍성분원을 유치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지역의 많은 지도자들과 CEO들이 최고지도자과정을 등록해 다녔다고 한다. 한동안 잘 운영되면서 인기를 누렸으나 입학할 인적 자원이 고갈되면서 폐원됐다가 도청 이전 후 다시 내포신도시에 부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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