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마음 단단히 먹고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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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마음 단단히 먹고 오십시오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4.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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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4>

홍동면 홍원리 박정완
자신의 비닐하우스에 로타리를 치고 있는 박정완 씨.

사람은 평생 몇 개의 직업을 가질까? 어떤 이는 평생 한 가지 직종에 종사하기도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매번 새로운 직업을 찾아다니기도 할 것이다. 물론 어떤 것이 맞다고 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직업을 바꾸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육체를 써서 생산물을 얻어내는 농부라는 직업은 삶의 도전이다.

홍동면 홍원리에 귀농한 박정완(52)씨는 귀농에 대한 개념을 다시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귀농은 말 그대로 돌아와 농사를 짓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귀농하는 사람들은 돌아갈 데가 없다. 아무도 없는 곳에 와서 농사를 짓는 것이니 그저 직업을 바꾼 것이다. 귀농한 사람들을 보고 전업농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귀농한 사람은 그저 귀농인이다. 마치 딱지처럼 말이다.”

지난 2012년 박 씨는 기존에 있던 집을 조금 손을 보고 혼자 들어갔다. 아내와 딸은 도시에 남았다. “2010년에 형제들이 여기에 땅을 사자고 했고 그 뒤에 여동생 가족이 먼저 들어왔다.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오면서 가족들이 여기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내려오게 됐다.”

박 씨는 현재 여동생 내외와 함께 비닐하우스와 노지 농사, 논농사를 하고 있다. 소도 한 마리, 염소 몇 마리, 개 두 마리가 함께 한다. 하루에 스스로 정한 시간에 딱 정해진 일을 한다. 여동생과 암묵적으로 정해진 규약 같은 거다. “돈 벌려면 농사짓지 말아야 한다. 먹고, 살고, 즐기고, 여유롭게 즐기고 싶으면 시골에 와서 살아도 된다. 또 모든 것은 스스로 깨우쳐야 하고 꾸준히만 하면 육체적 어려움이 있어도 할 만한 일이다.”

최근 박 씨는 작목반을 꾸려 군청 농수산과 지원 사업으로 단호박 넝쿨재배사업에 도전했다. 이제 시작이니 차근차근 해볼 생각이다. “귀농의 척도가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귀농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미리 땅을 사지 말라고 하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내 경우도 땅이 있으니 귀농을 했고 어려움이 있어도 죽으나 사나 내 땅이니 농사를 짓는다. 그러나 임대를 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다. 일단 귀농을 생각했으면 마음 단단히 먹고 와야 한다.”

시골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온전한 노동력으로 생산물을 얻어내는 생활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완전함과 온전함은 다르다. 완전함은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라거나 흠이 없는 것을 말한다. 온전함은 본바탕 그대로 잘못된 것이 없이 바르고 옳은 것을 말한다. 인간의 몸과 손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소비만을 하는 구조로 되어 있지만 시골에서는 무엇이든 생산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더 힘들다. 단지 땅에서 무언가를 수확하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구를 만들고, 집을 짓고, 나무를 심어 가꾸고, 소나 염소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일이다. 콘크리트와 함께 살아왔던 내 발과 손이 흙의 보드라운 감촉을 느끼며 손톱 밑이 까매지는 경험을 하는 것, 그것이 시골살이다.

어쩌면 부농을 꿈꾸며 시골에 온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다. 농사 지어 부농이 된다면 이미 현지인들이 다 했다. 또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단기간에 수입을 내기는 어렵다. 그러니 귀농을 생각했다면 적어도 2년에서 3년 정도 생활할 수 있을만한 자금을 준비하고 내려와야 한다. 그저 몇 년 동안은 까매진 손톱과 그을린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대견해진 나를 발견하는 일로 충분하다. 그렇게 대견한 나에게 보상처럼 시금치가, 잘 익은 무가 손에 쥐어진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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