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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연인에게 온 초대장

자연은 늘 우리를 초대한다. 태양은 빛으로 대지를 비추며 잠들어 있는 온갖 사물을 깨움과 동시에 하루라는 초대장을 인간에게 보낸다. 일 년 열두 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어제와 같은 날이 아닌 오늘의 초대장을 보낸다. 그 중에서도 5월이 보내는 초대장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만히 있어도 청보리 밭이랑을 지나는 바람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세상의 언덕에 수많은 풀과 꽃들이 귓가를 간질인다. 분주함 속에서 꿀벌들은 날갯짓하며 꽃을 위한 춤을 추는 듯 들쑥날쑥 어깨를 계속 움직인다. 오월, 소란스러운 듯 분망하면서도 지나는 길목에서는 시선을 잡아 끈다.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5월은 가장 기분을 설레게 한다. 두 팔 벌려 자연이 나를 안아 줄 것만 같아서다. 책상 위에 놓인 미 개봉 편지처럼 수줍은 기대감마저 행복하다. 작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대학 교정으로 우연히 산책을 갔다. 온통 작은 꽃들이 인간에게 초대장을 보낸 듯 꽃들의 글자를 읽으려 작은 꽃들을 향해 가만히 앉았다.

꽃들이 향연, 인간에게 행복을 안겨 주는 대기의 온도와 사람의 온도가 비슷한 오월은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는 무언의 알림일까, 작은 꽃들까지 미소가 만발이다. 다른 달 보다 흰 꽃이 많은 5월 꽃들의 이름을 불러 본다. 찔레꽃, 불두화, 개망초, 아카시꽃, 데이지 꽃, 토끼풀 꽃 등 많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순백의 아름다움은 5월의 신부가 아름다워 보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된다. 그 새 하얀 꽃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틈 새로 이름 모르지만 연보라색 꽃이 수를 놓아주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다.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은 5월은 온통 하얀 도화지 위해 어느 화가의 수채화보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풀꽃에 바람이 머무는 노래 사이로 5월이 오, 오 소리를 내는 것은 우리가 오십대에 서 있느냐, 육십대에 서 있느냐의 차이만큼 큰 차이 일지도 모른다. 내게 일 년이라는 열두 달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의 5월은 여유라는 시간의 폭을 갖게 하는 반면, 6월은 일 년의 반을 새로 시작하는 속도를 생각게 한다. 한 호흡 가다듬으라고 나무는 바람을 내어 주며 오월의 숲을 흔든다. 풀꽃 향기가 바람에 전해온다.

호숫가에 이른 아침 수초사이를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연서를 읽고 물 빠진 개흙 사이를 배가 고파도 우아하게 걸어가는 두루미의 고고함이야말로 아름다운 5월이 주는 여유이리라. 노란 물결로 수놓았던 유채꽃 사이로 붉은 양귀비꽃이 대신 수놓고 있는 그 5월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조물주는 어느 계절이건 당신의 축제에 허전함을 용납하지 않는 듯 벌, 나비는 기본이고 이름도 모르는 작은 곤충들이 날개 비비면서 종일 미소 짓고 있다. 유채색 꽃이든 무채색 꽃이든 온 산하의 초목들마저 일제히 꽃으로 장식을 한 듯 눈이 부시다. 우리의 삶도 가까이 때로는 멀리 그렇게 자연에 동화되어 살다보면 5월의 산야에 노란 붓꽃 한 촉 더 심는 여유도 생기지 않을까?

신의 축제에 초대된 벌과 나비가 되어 5월의 품속으로 가는 꿈을 오선지에 그려보려 마음먹는데 자연의 신 주피터가 말한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라.’ 그 말에 응답하듯 갑자기 비가 내린다. 5월 대낮에 벌과 나비는 날개를 접고 어디로 숨는 걸까? 비가 그치면 벌과 나비는 하얀 꽃 위로 힘차게 날아오르며 “그대여! 5월의 연인에게 온 초대장을 읽어 보라” 고 말하리라. 5월은 살아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와 축복을 성역 없이 노래하고 싶은 달이다.

유선자 수필가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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