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돈 벌러 오는 곳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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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돈 벌러 오는 곳이 아니지요”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5.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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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5>
장곡면 상송리 곽현정
감자밭을 돌보고 있는 곽현정 씨.

땅을 밟고, 흙을 만지고, 지천에 널린 나물을 뜯어먹고, 바람이 심하게 불면 행여나 작물이 손상될까 두렁을 기웃거리는 이 모든 일이 귀농을 하면서 겪는 변화 중 하나다. 물론 모든 것이 좋지만은 않다. 쪼그리고 앉아 밭을 매니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다. 마을 어르신들의 잔소리도 들어야 한다. 당장 여유 있는 현금도 없다. 그래도…그런데 말이다, 마음만은 그지없이 편하다.

37살이 되던 해 귀농을 결정했다. 여성민우회 생협에서 일하면서 생산직 출장을 자주 다녔다. 홍성도 그 지역 중 하나다. 귀농을 하게 되면 이곳으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그 당시 실직 상태였다. 그런데도 같이 가려고 하지 않았다. 남편은 “시골은 돈 벌러 내려오는 곳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 시골은 돈 벌러 오는 곳이 아니다.

초록색과 함께 하고, 내 뿌리가 흙을 딛고 사는 것이고, 학교에서 배운 윤리와 도덕이 출발하는 곳이다. ‘조바심’에서 바심은 ‘타작하다’라는 뜻으로 ‘조를 타작하다’는 뜻이다. 조는 귀가 질겨 어지간한 정도로는 떨어지지 않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재배가 가능하다. 그래서 무척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것을 조바심이라고 한다.  이런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과 삶을 영위하는 먹을거리를 내 손으로 한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을 가지고 사는 것이 시골살이다. 또한 나 자신을 본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일이다. 날씨와 늘 운명을 같이 하고 자연의 파트너로서 인간으로서의 효능감을 최대한 느끼는 일이다. 그러니 당연히 돈을 많이 버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남편은 도시로 돌아갔고 나만 여기 남았다. 많이 울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이지 도시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2년 6개월을 혼자 지냈다. 결국 남편과 아이가 내려왔고 아이는 시골에서 잘 적응했다. 아니 오히려 한층 밝아졌다. 이런 게 작은 시골학교의 힘이 아닌가 싶다. 이제 아이는 대학생이 되었다.

큰 소득이 나지 않으니 여기저기 들어가는 현금이 필요하기는 하다. 남편은 얼마 전부터 김 공장을 다닌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있으니 아이 교육비 등을 지출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실은 내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려니 생각한다. 마음 쓴다 한들 뭣하겠는가 말이다.

그 시간들이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어느새 14년이 흘렀다. 아는 언니와 함께 밭을 3000평 임대했다.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면서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처음 귀농했을 때만 해도 관행농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있었다. 제초제 등의 무분별한 사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친환경 농산물이 땅과 물과 공기를 살리는 역할을 하는데 왜 안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해하고 인정한다. 시골에 사람이 빠져 나가고 고령화되면서 혼자로는 감당을 못하니 당연히 약을 쳐서 풀을 잡아야만 하는 것을 이해했다는 뜻이다. 친환경을 고집하는 나지만 그 분들을 탓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좋은 농촌의 가치가 공익적 가치로 평가받고 인정받아 농민들에게 제도적으로 보장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비닐하우스에는 밭에 나갈 준비를 하는 모종들이 하루하루 커가고, 지난 2월 말에 심은 감자도 잘 자라줬다. 이제는 내 몸이 농사짓는 몸이 된 것 같다. 물론 겨우내 움직이지 않아 몸이 조금은 뻑뻑하지만 그래도 눈만 뜨면 밭으로 나가 다시 쪼그리고 앉는 순간 몸이 다시 적응한다.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든다. 몸을 쓸 줄만 알았지, 돌볼 줄을 몰랐다는 생각 말이다. 갱년기를 겪다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제 시간이 되는대로 요가도 좀 하고 내 정신줄도 돌보면서 살아야겠다. 감자와 오이를 가꾸듯 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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