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폭행이 싫어서 가출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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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폭행이 싫어서 가출한 아이
  • 이철이 청로회 대표
  • 승인 2018.05.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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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68>

2009년 7월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쉼터로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바로 뒤에는 부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도 따라 들어왔다.
“여기가 청로 쉼터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우리 집에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있습니다. 보름 전에 집을 나갔는데 들어올 생각을 않고 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 예. 그런데 아드님이 왜 집을 나갔나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아저씨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뭔가 속으로 찔리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부모님과 몇 마디 상담을 마치고 읍내로 아들을 찾으러 나갔다. 내가 아는 정보력을 총동원해 홍성읍 일대 주변을 뒤졌다. 다행히 한시간만에 아들을 찾아 쉼터로 데리고 왔다.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쉼터로 달려왔다. 아들은 무더운 날씨에 보름동안 노숙생활을 한 듯 했다. 온몸에서 악취에 가까운 냄새가 풍겼다. 아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냄새를 참아가며 상담을 시작했다. 아들이 가출한 이유는 아빠의 계속된 폭행 때문이었다.

아빠는 8년 전에 새엄마와 재혼했다. 그런데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 이유 없이 새엄마를 폭행했다.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빠의 폭행을 지켜보며 지내온 것이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아빠의 폭행을 더 이상 보기가 싫었다. 비록 밖에서 노숙생활을 했어도 아빠의 폭행을 보지 않아서 좋았다고 한다. 아들의 말을 듣던 아빠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했다.
“저놈의 xxx….”

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안타까웠다. 저런 아빠 밑에서 그동안 참고 지내온 아들이 정말 불쌍했다. 그동안 비뚤어지지 않고 제대로 지내온 것만으로도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아빠를 진정시켰다. 아빠는 담배를 피우는 동안 마음이 한층 진정된 것 같아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늘을 쳐다보며 멍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아버님, 혹시 지금까지 아드님을 한번이라도 꼬옥 안아주신 적이 있나요?”
아빠는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서있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들을 껴안아 준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15일 만에 어렵게 만난 아드님이잖아요. 아드님을 한 번 안아보세요.”
아빠는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아들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꼬옥 품에 안아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어머니를 향해 물었다.
“어머니께서도 8년 동안 아드님을 몇 번이나 안아보셨나요?”
엄마 역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때 아들이 갑자기 엄마 앞으로 가서 덥석 무릎을 꿇었다.
“엄마,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아들은 울먹울먹하며 엄마의 두 손을 잡았고, 엄마의 두 눈에서도 눈물이 쏟아졌다. 그 순간 나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우리 사회는 가정폭력의 여파가 청소년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숱하게 많다. 청소년의 잘못보다는 어른들의 잘못이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자녀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기 자녀는 물론이고 주변 청소년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어른이 많다면 우리 사회도 한층 밝은 모습이 될 것이라는 교훈을 얻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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