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딸기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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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딸기 어렵다, 어려워~”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5.2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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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8> 홍동면 운월리 조영식
은방울농원에서 요물 같은 딸기와 함께 한 조영식 씨.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 스스로 계획해 정직한 노동력으로 수확물을 만들어내는 사람, 바로 농부다. 손바닥한 만한 땅뙈기에 상추나 호박 등을 심어 나 혼자 먹고 사는 것이면 그리 큰 품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다. 콩 심어 콩 나오면 먹고, 못생긴 호박이 열리면 못생긴 대로  즐겁고 행복한 노동이다.

그러나 농사가 직업이 되는 순간 몸이 힘들어지고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수익을 내서 자식들을 키워내야 하고 다가올 노후도 걱정해야 한다. 젊음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겁 없이 농업에 도전장은 내민 사람이 있다.

홍동면 운월리 은방울 딸기농원을 운영하는 조영식(38)씨는 2016년 7월에 홍성에 내려왔다. 전북 완주가 고향인 조 씨가 홍성에 내려온 것은 장인어른이 홍북에서 딸기 농사를 지어서다.
“사실 장인어른이 오는 것을 말렸다. 애들을 키울 수 없다는 이유다. 그 때는 주말마다 서울과 홍성을 왕복했는데 우연히 홍동 애향공원에 갔다가 아이들이 바글거리는 것을 보고 홍동으로 오기로 결정했다.”

세 딸의 아빠이기도 한 조 씨는 큰 딸의 아토피도 귀농을 결정하는데 한몫했다. 그러나 시골에 오자마자 정말 거짓말같이 아토피가 싹 없어졌다. 서울에서 공인중개사를 하던 조 씨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컴퓨터 관련 회사에 들어가 월급 생활을 시작했지만 성격상 맞지 않았다. 평소 집에서 빵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조 씨는 제빵 기술을 배워 작은 빵집을 마련하고 싶었지만 서울에서 그 일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내와 상의를 했는데, 아이들 교육시키기에도 시골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지금 농원도 한 번에 보고 바로 결정했다. 학교도 가깝고 남북향이고.” 그러나 반면 처음 귀농한 사람이 땅을 사서 그것도 딸기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홍북읍이나 금마면은 딸기 농사가 잘 되는 지형이지만 홍동은 벼농사가 잘 되는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처음부터 이렇게 돈을 들여서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센터 창업자금을 받았다. 안 그러면 못한다. 사실 딸기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데 그에 비해 소득은 괜찮은 편이다. 물론 아직 나는 초반이라 그리 큰 수확을 내지는 못하지만 딸기가 잘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 간의 소득격차가 꽤 크다.”

농부로 직업을 바꾸고 가장 힘든 것은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게으른 사람은 아니지만 농사일이란 것이 해도 해도 끝이 없는지라 아내와 둘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일이다. “딸기가 손가지가 너무 많이 간다. 그리고 이 딸기가 요물이다. 만져줄수록 딸기가 커지고 열매도 잘 자라니 끝없이 만지고 다듬어주고 따고, 또 예쁘게 포장도 해야 한다. 영양 공급과 환경 관리도 중요하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이놈의 딸기, 진짜 어렵다.”

비닐하우스 5동에 고설 딸기를 재배하는 조 씨는 지난해 가족들 먹을 상추라도 키워보자는 마음에 몇 가지를 비닐하우스 밖에 심었다. 남들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싶었다. 그러나 상추 잎 한 장도 따지 못했다. 비가 와서 홀랑 잠겨버렸다. 올해는 비닐하우스 안에 나무파레트를 잘라 화단을 만들고 이것저것 심어봤다. 잘 될지는 모른다. 근처 귀농한 부부가 그 모습을 보더니 “야, 그냥 사 먹어. 농부들도 먹고 살아야지, 얼마나 먹는다고”그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해본다. 이렇듯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있어야 제대로 시골에 정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도시로 다시 돌아갈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여기 이 시골만큼 천국 같은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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