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지사 사옥 건축 위해 3년 근무 자청한 애향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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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지사 사옥 건축 위해 3년 근무 자청한 애향심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6.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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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6> 국민건강보험공단 박성준 당진지사장
국민건강보험공단 당진지사에서 마지막 정년을 보내고 있는 박성준 지사장.

2000년 지역 의료보험 통합 국민건강보험공단 출범하면서
서울본부로 부름받고 올라가 승진기회 얻어 전국 순회 근무
2015년 1월 초 국민건강보험공단 홍성지사장으로 금의환향
지사 사옥 신축공사 마무리하고 건보공단 당진지사장 전보


국민건강보험공단 박성준(57) 당진지사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향 홍성에서 근무했다. 홍성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중 지난 2월 5일 당진지사로 발령을 받고 떠났다.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는 마지막 정거장이 될 당진지사로 달려가 만나봤다.

■ 지역의료보험 직원으로 입사
그는 장곡초, 광천중, 홍성고, 경남대, 성균관대 행정대학원(행정학석사)을 거쳐 1987년 11월 1일 홍성군의료보험조합에 입사했다. 그 때만 해도 의료보험은 각 지역별 개별 조합으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었기에 그가 고향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넓은 세상으로 나갈 꿈조차도 꿀 수 없었다. 그러나 2000년도에 전국의 모든 시·군의료보험조합을 통폐합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출범하면서 그는 졸지에 준 국가공무원이 됐다.

그동안 홍성군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갇혀 있었던 그로서는 넓은 무대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 직후 그는 서울 본부로 부름을 받았다. 차츰 승진의 기회도 왔다. 부장이 된 그는 천안지사, 마포지사, 종로지사 등 전국의 여러 지사를 거쳐 마침내 2015년 1월초 홍성지사장으로 승진해 금의환향했다.

“저는 출세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오래 근무하다 보니 홍성지사장까지 하게 됐을 뿐입니다. 오랜만에 홍성에 오니까 기관장이라고 하더군요. 홍성은 고향이니까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 가운데서도 초창기 저와 같이 근무했던 사람이 절반 정도 있었습니다. 지역에 어릴 때 친구도 많았고….”

■ 홍성지사 사옥 건축 완공
그러나 그에게는 무거운 숙제가 주어져 있었다. 홍성지사가 낡은 상가 건물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어서 시급히 사옥을 건립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서울에서 고향 근무를 자원했는데 다행히 발령이 났습니다. 내려와서 보니까 홍주문화회관 앞에 임대한 사옥이 너무 좁아 직원들이 불편했고, 민원인들은 주차장이 없어 불평했어요. 마침 부지 매입을 위한 예산이 책정돼 있어서 홍성시내에 땅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소규모 건물을 지을 땅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그는 홍성에 오자마자 사옥 건립을 위한 부지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너무 변두리도 적절치 않았고,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구도심의 공동화 문제를 걱정하는 홍성군의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열심히 발품을 팔며 쫓아다니던 중 현재 사옥이 들어선 부지를 발견했다. 그의 부임 초기만 해도 그곳은 공터였다. 바로 홍성읍 고속버스터미널 옆이어서 무엇보다도 교통이 매우 좋았다. 홍성역도 가까웠다. “우리 직원들 중 천안이나 예산에서 통근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 점도 고려했죠.”

그는 곧바로 부지 매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땅 소유자가 무려 13명이나 돼 계약하기가 쉽지 않았다. “땅 주인들을 설득하는데 수 개월이 걸렸습니다. 감정원의 평가를 받았는데 시가를 더 올리려고 하는 지주들을 가까스로 설득해서 땅을 다 살 수 있었습니다.”

그는 2016년 9월 부지 매입에 성공했고, 바로 건축에 들어갔다. 박 지사장은 보통 2년 순환주기로 임지를 이동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2017년 초에 자원해서 1년 더 연장근무를 요청했다. 지사 사옥 건축을 시작했는데 완성하지 못한 채 도중에 떠날 수가 없었다. 다행히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돼 1년만인 2017년 9월 완공했다. 고향에 와서 지사 사옥을 산뜻하게 지었으니 부하 직원들에게는 물론 고향사람들에게도 큰 선물을 한 셈이었다.

“부지를 처음 매입할 때는 준주거지역으로서 평당 350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600만 원 정도로 올랐다고 합니다. 건축비는 공단에서 충분히 예산을 지원받았습니다. 보통 2년 정도 있다가 전근 가는데 저는 사옥을 완성하고 총 3년간 근무하고 이리 왔습니다.”

당진시의 규모가 더 크다 보니 그는 단순한 전보 이동이라기보다는 영전한 셈이다. 새롭게 확장 개발되고 있는 당진시청지구에 자리잡은 건보 당진사옥은 홍성지사보다 더 크고 웅장했다.
고향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남다른 추진력을 공단 본부가 충분히 고려해 마지막 정거장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겸손하게 말했다. “누구든지 그런 상황에서 지사장을 맡았으면 사옥 건축을 해냈을 것입니다.”

■ 어린 시절 걸어서 장거리 통학
그는 장곡면 지정리가 고향으로 지금은 어머니만 계신다. 어린 시절 4km를 걸어 장곡초등학교를 다녔다. “그 때는 친구들 하고 책보를 어깨에 메고 산 넘고 물 건너 통학했죠. 어두워서 캄캄할 때는 모두 모여서 큰길로 돌아 집에 가곤 했죠.”

그의 아버지는 남의 집에 가서 일을 해주고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 그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아버지는 아들을 진학시켰다. 광천중학교는 장곡초교보다 2배나 더 긴 8km의 거리로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역시 걸어 다녀야만 했다. 버스가 다녀도 탈 형편이 되지 못했고, 때로는 자전거로 통학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 때는 장곡초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중학교 진학률이 3분의 1정도 된 것 같다며 그나마 자신은 특권층에 속하는 부류였다고 회고한다.

“진학하지 못한 친구들은 가까운 읍내나 도회지에 나가 일찍 취업하거나 농사를 지었죠. 학교에 다녀오면 집에 아무도 없었어요. 혼자서 밥을 챙겨 찬물과 고추장에 찍어 먹었죠.” 박 지사장은 홍성고교로 진학한 후에는 홍성읍내에서 자취를 했다.

“학교 근처 교동에서 자취도 하고 하숙도 했습니다. 그 때는 보령, 안면도, 예산에서 온 유학생이 많았습니다. 지나고 보니까 추억이지만 그 때는 생활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반찬도 없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학교에 가서 앉아 있으면 공부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 때 가난했던 친구들과 어울려 가족과 떨어져 배고픈 설움을 함께 나누면서 정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두고두고 평생 값진 자산이 되고 있다. 홍성고 32회 동문으로서 그는 동문들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특히 올해는 졸업한지 40주년이 되는 해로서 11월에 32회 동기회가 기념행사를 할 계획이다. 그는 이 행사를 위해 사무국장을 맡았다.

정년은퇴가 불과 2년도 채 남지 않은 그는 이미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놨다며 그것을 활용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인과의 사이에는 1녀1남을 뒀는데. 29살 먹은 큰 딸이 일산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한다. 그 밑에 25살 먹은 쌍둥이 아들이 있다. “지금 같았으면 중학교를 다니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때는 하루 2시간씩 어떻게 걸어다녔는지 모르겠어요.” 박 지사장은 가난한 소년시절을 회상하면서 그 시절 걸어 다니면서 단련된 몸으로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 신의 직장도 두드리면 열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기업으로서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가운데 하나다. 심지어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 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건보가 특별히 권한은 많지 않지만 직장 분위기가 자유스럽고 퇴근시간 눈치 안보고 퇴근이 가능해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잘못 하는 일 없이 주어진 민원 서비스만 잘 하면 되죠. 성과에 대한 부담이 없이 민원 서비스만 잘 하면 큰 탈 없이 평생 근무할 수 있는 직장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4800여 명이 근무하는 큰 조직체로서 직원 규모로만 공기업 중 3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실시하는 데다 2008년부터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면서 건보의 할 일은 많아졌다. 게다가 2011년부터 4대 보험료 징수업무까지 도맡게 돼 건보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졌다. 아무리 취업난이 심하다고 해도 준비한 자에게는 문이 열리기 마련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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