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에세이] 내포신도시에서 얻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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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에세이] 내포신도시에서 얻은 평화
  • 브랜든 윌리엄 리틀페이지
  • 승인 2018.06.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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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1주년 기념 특집

저는 2017년 4월 1일 한국에 왔습니다. 지금 여기서 만 1년 3개월 하고도 10여 일째 살고 있네요.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기쁨과 설레임이 걱정과 뒤엉켜 저를 억눌렀습니다.

저를 주선했던 한국 H회사의 담당자로부터 다음날 이른 아침에 충청남도 홍성에 도착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저는 다소 놀랍고 불안했습니다. 아무리 구글을 뒤져봐도 대한민국에서 제가 살기로 한 홍성읍과 홍성군에 대한 정보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포신도시가 제가 가아야 할 곳으로서 훗날 그곳의 이런저런 경험들이 제 삶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내포신도시에서 첫날을 보내면서 저는 그곳이 시골 읍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리 미국사람들이 시골이라고 여기는 것과는 매우 차원이 달랐습니다. 이곳 시골 읍은 산들과 벼가 자라는 논들과 함께 저에게는 생경한 여러 가지 풍경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한없이 넓은 초원 속에 고층 아파트들이 있는가 하면 거리의 구석마다 편의점도 있고, 읍의 중심에 자리 잡은 큰 규모의 고등학교까지 그곳에 영어교사로 부임하는  저를 반겨줬습니다. 

내포에 살면서 터득한 것은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가기입니다. 처음 몇 주 동안 저는 아는 사람이나 학생이 없었고, 갈 만한 식당이나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어떤 장소도 알지 못했습니다. 내포신도시와 홍성읍은 처음 제가 목격한 것 이상의 것을 제게 제공했습니다. PC방을 비롯해 노래방,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 등 저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넓은 빈 들판을 걸어가다 보면 푸드트럭에서 한 상자의 새우와 야채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파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영혼과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내포가 무미건조한 세상 같아도 여러분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는 충분히 숨어 있습니다. 걸어다니기만 하면 내포가 제공하는 자연을 만나 반갑게 인사할 수 있으므로 당신은 엄청난 탐구심과 모험심으로 고취될 것입니다. 때로는 잘못 실수로 들어선 길이 당신으로 하여금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도록 할 것입니다. 내포와 홍성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헤매더라도 더 놀라운 흥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이라면 지역 주민들이 최선을 다해 도와줄 것입니다.

홍성 주민들은 한적한 소읍에서 만난 당신이 외국인임을 알아보더라도 보통 겸손하게 존경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내포와 홍성은 매우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오고가는 서울과는 전혀 다른 곳입니다. 서울은 전 인구가 색다른 문화에 노출돼 있는 곳입니다. 내포와 홍성은 거의 외국인들을 볼 수 없으나 가끔은 이방인들에게 꽤나 즐거운 곳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신은 주민들이 눈길을 떼지 못한 채 계속 당신을 응시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쳐다보더라도 무례함에서 비롯된 실수가 아니라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에게 다가갈 때 꽤나 수줍어하는 것 같습니다. 만일 그들이 영어에 자신이 없다면 많은 질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홍성과 내포에서 개인적으로 만난 지역주민들, 심지어 택시기사들조차도 간단한 질문을 할 줄 압니다.

“Where are you from?”(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오셨죠)
“What is your job?”(직업이 뭡니까)
물론 가장 웃기는 질문도 합니다.
“Do you have a girlfriend?”(여자친구 있습니까)
만일 당신이 최고의 한국어를 구사할 능력이 없더라도 기꺼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홍성과 내포 주민들을 만날 수 있고, 그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어의 장벽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당신은 읽기와 듣기를 충분히 연습함으로써 한국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말하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누구라도 1년 만에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내포에서 살아보니 최고로 좋은 것 중 하나가 평화입니다. 자동차 경적소리도 없고 거리 어디서나 경찰의 사이렌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시끄러운 소리는 가까운 곳의 저수지 바깥으로 기어 나와 조금씩 무리를 이룬 개구리 울음소리입니다. 내 평생에 이렇게 잠이 쉽게 든 적이 없었습니다. 이 같은 평화와 동거할 수 있으니 아무도 당신을 괴롭힐 자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은 매우 안전한 나라입니다. 더욱이 내포와 홍성은 범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고장입니다. 한밤중에 전동 스쿠터를 타고 도심 주변을 달릴 때는 한 번도 불안한 적이 없었으며, 저녁 시간 공원을 산책할 때도 감시당하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시골생활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부산이나 서울 등의 대도시를 선택해서 살려고 합니다. 그런 도시들은 방문하고 생활하기에는 불안한 곳이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진정한 중심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를 아름다운 풍경으로 만들어 가는 진정한 전통과 겸손한 주민들은 바로 홍성과 내포에서 만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매우 보잘 것 없는 이 고장을 선택해서 살고 있는 것을 후회하지 않으며 여기서 얻은 경험을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겠습니다.

브랜든 윌리엄 리틀페이지 <홍성고 원어민 영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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